김수현 김지원이 끌면 뒤에서 밀어준 '눈물의 여왕' 아군들

머니투데이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4.04.16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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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청률 20% 견인한 숨은 공신들

황영희 장윤주 김도현 전배수,사진=tvN황영희 장윤주 김도현 전배수,사진=tvN


tvN 토일 드라마 ‘눈물의 여왕’이 시청률 20%를 돌파했다. 전국 시청률 20.7%(닐슨 코리아 유료 가구 기준)로 ‘도깨비’(20.5%)를 넘어 해당 채널 역대 시청률 2위에 안착했다. 16부작까지 아직 4부가 남은 터라 ‘눈물의 여왕’의 박지은 작가가 자신이 수립한 1위 기록인 ‘사랑의 불시착’(21.7%)을 가뿐히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눈물의 여왕’은 박 작가의 자기복제식 전개와 반복되는 클리셰에 대한 혹평도 적잖다. 하지만 두 주연 배우인 김수현과 김지원은 탄탄한 연기력으로 ‘눈물의 여왕’의 인기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끌어서’ 만은 안된다. ‘미는’ 힘이 필요하다. 바로 조연들의 역할이다. 박 작가의 진짜 힘은 여기서 분출된다. 메인 디시 뿐만 아니라 밑반찬들도 맛깔스럽게 깔아 계속 손이 가게 만든다.



먼저 부모들의 라인업이 든든하다. 점잖은 연기의 선두주자였던 정진영이 연기하는 홍범준은 꽤 매력적이다. 겉으로는 근엄해 보이는 재벌 2세지만 아버지의 눈칫밥을 먹으며 우유부단하다. 자녀들을 끔찍하게 챙겨주는 것 같지만 정작 해주는 건 없다. "456억 원 세금계산서를 결제했는데 지금 주머니에 꼴랑 2000만 원이 없다"며 자책하는 모습은 큰 웃음을 유발한다. 그의 아내 김선화(나영희)는 아들만 챙기고 딸인 홍해인(김지원)을 등한시하는 얄미운 모습으로 양념을 친다.

정진영 나영희, 사진=tvN정진영 나영희, 사진=tvN


용두리로 눈을 돌리면 이장 선거에 목을 매는 백두관(전배수)과 억척스럽지만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는 우리네 전형적인 어머니상을 담은 전봉애(황영희)가 버티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우영우 아빠로 주목받았던 전배수의 ‘주인공 아버지’ 연기는 여전히 강력하다. 홍해인의 칭찬에 신이 나서 현란한 도마질에 이어 달걀깨기 신공을 보여주며 뚝딱 한상을 차려내는 전봉애가 홍해인의 투병 사실을 알게 된 후 부엌에서 홀로 눈물짓는 장면은 뭉클하다.

홍수철(곽동연)·천다혜(이주빈) 커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퀸즈가의 아픈 손가락인 홍수철은 번번이 사고를 친다. 퀸즈가가 몰락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도 그가 확인없이 무리하게 대형 리조트 건립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재벌 구성원으로는 낙제점이지만 아버지나 남편으로서 그는 100점이다. 서릿발 같은 할아버지 앞에서도 "우리 아이와 아내를 무시하는 것은 참을 수 없다"고 외치는 배짱을 갖고 있고, 아내에게는 "못난 남편이라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이런 홍수철의 진심이 사기 결혼 후 도망친 천다혜의 마음까지 흔들고 있다. 향후 홍수철을 돕기 위해 마음을 돌린 천다혜가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서를 제공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는 이유다.

이주빈 곽동연, 사진=tvN이주빈 곽동연, 사진=tvN

가장 큰 웃음 포인트는 주인공 백현우(김수현)의 누나와 형인 백미선(장윤주)과 백현태(김도현)다. 재벌가로 장가간 동생 덕에 먹고 살면서도 호시탐탐 재벌가를 험담하다가 걸려서 쩔쩔매는 모습을 능청스럽게 소화하고 있다. 용두리 내 소문을 책임진다는 백미선이 운영하는 미용실은 ‘눈물의 여왕’이 보유한 강력한 웃음의 멜팅팟이다.

재벌가를 소재로 한 성공한 로맨틱코미디의 비서 역할이 주목받는다는 공식은 이번에도 유효했다. 홍해인의 곁을 지키는 나비서 역을 맡은 윤보미는 ‘걸그룹 에이핑크’라는 이름표를 떼고 당당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비서는 아니지만 백현우의 이혼을 돕는 동료 변호사 김양기 역의 문태유의 코믹 역시 일품이다. 여기에 백미선의 미용실 단골인 강미(박성연), 방실(이수지), 현정(이지혜) 등 ‘용두리 3인방’은 모였다 하면 러닝타임의 5분 정도는 너끈히 소화한다.

김보미, 사진=tvN김보미, 사진=tvN
반면 하나의 공식은 빗나갔다. 성공한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서브’ 남주인공이나 여주인공이 뜬다는 속설은 그다지 들어맞지 않는 모양새다. 배우 박성훈은 빌런 윤은성 역할을 맡아 혼신의 열연을 펼친다. 그러나 앞서 그가 맡았던 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전재준의 매력에는 다소 못 미친다. 박성훈은 제몫을 충분히 다하고 있지만 윤은성 캐릭터가 강렬하지가 않다.

게다가 ‘눈물의 여왕’에는 서브 여주인공이 사실상 없다. 분량으로 따지자면 '최종빌런' 모슬희를 연기하는 배우 이미숙이 해당되는데, ‘모슬희와 아들 윤은성의 관계성은 '별에서 온 그대’의 이휘경(박해진)과 유세미(유인나), ‘사랑의 불시착’의 구승준(김정현)과 서단(서지혜) 구도에 비하면 단조롭고 매력이 떨어진다. 윤은성과 균형을 맞추는 서브 여주인공의 부재는 윤은성의 매력을 폭발시키지 못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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