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워크아웃 처음" 태영건설, 출자전환해도 최대주주 안바뀔 듯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남이 기자 2024.04.15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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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전체 채권자 대상 기업개선 계획 설명회

워크아웃 기업 출자전환 후 최대주주/그래픽=이지혜워크아웃 기업 출자전환 후 최대주주/그래픽=이지혜


태영건설이 수천억원 규모의 대주주 감자와 채권단 출자전환 이후에도 최대주주 TY홀딩스의 지위는 유지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 금호산업 등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기업 대부분이 최대주주 변경, 오너일가 경영권 상실을 겪었다는 점에서 태영건설 사례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TY홀딩스가 계열사 매각대금을 태영건설에 대여해 주기로 한 워크아웃 자구안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장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출자전환, 신규자금 투입을 결정해야 하는 채권단 입장에선 특혜 논란이 부담이 될 수 있다.



TY홀딩스, 자회사 매각대금 4000억원 덕분에 최대주주 지위 유지할듯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의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오는 18일쯤 태영건설 전체 채권자를 대상으로 기업개선 계획에 관한 설명회를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오는 16일 주요 채권단 18곳을 대상으로 사전 설명회가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대주주 감자와 출자전환 등 자본확충 방안, 59곳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 처리방안, 회사 경영관리 방안 등이 공개될 전망이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말 기준 자본 총계가 -6356억원으로 자산보다 부채가 많다. 자본잠식으로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가운데 산은은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자본잠식 해소를 위한 대주주 감자 비율과 채권단의 출자전환 규모가 이번 기업개선 계획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주주 감자와 출자전환 이후에도 태영건설 지분 27. 8%를 보유한 TY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보통 무상감자를 진행하면 최대주주 지위를 잃게 되지만 태영건설은 출자전환 과정에 채권단뿐 아니라 TY홀딩스도 참여한다. 채권단은 7000억원 규모의 대출 일부를 출자전환한다. 이와 별도로 TY홀딩스 역시 태영건설에 대여해 준 4000억원 일부를 출자전환할 예정이다. 단일 채권자로서는 TY홀딩스 출자전환 규모가 가장 클 수 있다.

TY홀딩스의 출자전환 원천은 자회사 매각 대금이다.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00억원을 태영건설에 빌려줬다. 아울러 블루원 골프장 자산 유동화로 1400억원을 지원했다. 이밖에도 SBS미디어넷, SBS인터내셔널 등 자회사 매각 대금을 태영건설에 투입했다. TY홀딩스가 태영건설에 대여해 준 4000억원에 적용되는 이자율은 13% 수준으로 채권단 대출에 적용된 이자율 3~6%보다 2배 이상 높은 편이다.


채권단 출자전환 이후에도 기존 최대주주 지위가 유지되는 것은 태영건설이 사실상 유일하다. 2010년 금호산업은 2조원 규모의 채권단 출자전환으로 최대주주가 산은으로 바뀌었다. 2013년 쌍용건설도 채권단이 1700억원 규모의 출자전환을 하면서 역시 최대주주가 산은으로 변경됐다. 현대상선, 대우조선해양도 수조원 규모의 출자전환 이후 오너 일가가 경영권을 잃고 최대주주 자리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워크아웃 기업의 경우 다른 계열사도 다 망가졌지만 태영건설은 태영을 빼고서 다른 계열사는 건실하다"며 "최대주주가 자회사 매각 자금을 대여하는 사례가 과거에는 없다보니 태영건설 사례가 이례적으로 보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태영건설, 지난해말 기준 티와이홀딩스에게 차입한 규모/그래픽=조수아태영건설, 지난해말 기준 티와이홀딩스에게 차입한 규모/그래픽=조수아
보통 워크아웃과 다른 태영건설 워크아웃
TY홀딩스의 최대주주 지위 유지와 오너 일가의 경영권 행사 가능성이 '특혜'가 될 수 있어 채권단 입장에선 부담이다. 채권단은 기업개선 계획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등의 추가적인 조치를 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출자전환 규모에 따라 채권단이 보유한 태영건설 지분율이 최대주주와 맞먹을 만큼 상당할 수 있고, 워크아웃 기간 오너 일가의 경영권 행사에 제약에 따른다는 점에서 반론이 제기된다. 특히 지난 2월 태영건설이 채권단에 4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빌리는 과정에서 오너 일가의 TY홀딩스 지분과 SBS 지분이 담보로 잡혀 경영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없다.

기업개선 계획에는 5월 만기도래하는 4000억원 규모의 채권단 대출 연장안도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출자전환 이후 남는 채권단 대출은 일정 수준의 이자 하향 조정도 예상된다.

아울러 59개 PF 사업장의 경우 토지 매입 단계의 브릿지론 사업장은 상당수 매각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공동시공 사업장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후순위로 들어간 태영건설의 투자금 상당수는 돌려 받지 못할 수 있다. 분양률이 높은 본 PF 단계의 사업장은 정상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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