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AI신약 모델 'FAM' 개발…빅파마 충분히 따라잡는다"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2024.04.1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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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 사업단장(AI신약융합연구원장)
AI신약 개발협력 프로젝트 'K-멜로디' 본격 시동…"유럽보다 발전된 모델 만들 것"

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 사업단장(AI신약융합연구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 사업단장(AI신약융합연구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국내 첫 AI(인공지능)신약 개발협력 프로젝트 'K-멜로디'가 본궤도에 올랐다. 유럽연합(EU) '멜로디' 사업을 벤치마킹한 한국형 AI신약 협력 프로젝트로, 국내 사업단은 연합학습 기반의 구독형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 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 사업단장(AI신약융합연구원장)은 15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시험관 내(In vitro) 데이터 예측에 그쳤던 유럽 모델보다 발전된 형태의 개념"이라며 "기업·기관이 직접 구동하고 주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실용화 단계의 솔루션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K-멜로디 프로젝트는 보건복지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동 추진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주관하는 R&D(연구·개발) 사업이다. 앞서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 10개 사와 17개 대학·기업 등이 참여한 EU의 멜로디 사업을 벤치마킹해 고안됐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 5년간 사업비 총 348억원이 투입되며 지난 1일부터 사업단 운영이 시작됐다. 오는 6월 중 제약사를 비롯해 솔루션·플랫폼을 구축할 IT기업 및 대학·병원·연구소 등 참여사 26곳을 선정하고 7월부터 본격 사업 추진에 나선다. 올해 데이터 파악 등 기획 과정을 거친 뒤 내년부터 구체적인 솔루션 개발에 들어간다.



사업단의 최종 목표는 약동학(ADMET) 예측모델 구축이다. 김 단장은 해당 모델 명칭을 '팸'(FAM·Federated ADMET Model)으로 정했다. ADMET는 약의 흡수·분포·대사·배설·독성을 총칭하는데, 정밀도가 높은 ADMET 예측 모델은 AI신약 개발 경쟁력의 핵심으로 꼽힌다. 김 단장은 "팸은 후보물질이 체내에 얼마나 머무르고 약효를 낼 수 있는지 예측하는 솔루션으로 유럽 모델과 달리 임상 데이터까지 활용한다"며 "시험관 내 데이터 예측과 동물 실험(In vivo), 임상시험 데이터까지 묶어 학습시켜 개발할 계획이다. 후보물질을 입력하면 임상 통과 확률 등을 가르쳐주는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 사업단장(AI신약융합연구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김화종 한국제약바이오협회 K-멜로디 사업단장(AI신약융합연구원장)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연합학습 기반인 만큼 개인정보 침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게 팸 솔루션의 강점이다. 연합학습은 데이터를 서버로 전송해 수집하지 않고 AI 모델을 데이터가 있는 사용자 기기로 보내 학습시킨 뒤, 이 모델을 서버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직접적인 데이터 이동이 없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은 막으면서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다. 김 단장은 "수십 개 기업·기관들이 연합학습을 통해 똑똑한 모델을 구축한 뒤, 이를 각자 데이터에 맞게 재학습시키는 파인튜닝(Finetuning)을 통해 맞춤형 모델로도 활용할 수 있다"며 "네트워크 기반 솔루션을 구독 형태로 만들고 꾸준히 업데이트되도록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AI신약의 가장 큰 잠재력으로 김 단장은 '거름망 효과'를 꼽는다. 신약 개발의 선도물질(후보물질 전 단계) 최적화(Lead Optimization·선정된 화합물을 합성·검증하는 단계) 과정에서 성공 확률이 낮은 약물을 걸러 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서다. AI신약 개발 영역은 특히 IT기업과 빅파마 간 오픈이노베이션(개방형 기술혁신)이 활성화된 미국과 유럽이 앞서고 있지만, 김 단장은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김 단장은 "빅파마는 수십년간 의학·화학·생물학 분야 전문가들의 직접적인 연구를 통해 그만큼의 데이터를 쌓아왔지만,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연구 기간도 짧고 데이터량이 적다"면서도 "AI를 활용한 새로운 패러다임 안에선 얘기가 다르다. 생물학적 실험이 뒷받침돼야만 진도가 나가는 방식이 아니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활용 능력을 갖췄다면 국내 기업도 충분히 경쟁력 있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K-멜로디 사업을 보완할 만한 '호환성' 사업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많은 양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만큼, 지속적인 결과물을 위해선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별도의 데이터 연계사업이 필요하단 의견이다. 그는 "데이터 사업은 호환성 없이 단독으로 하나의 사업이 진행되고 끝나면 꾸준히 실용적인 효과를 내기엔 한계가 있다"며 "의료데이터중심병원 사업 등 그간 데이터를 쌓는 사업은 많이 했지만 구축한 데이터를 활용하는 건 아직 부족하다. K-멜로디 프로젝트를 보완해 결과물의 성능을 높이는 시너지 사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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