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낮 서울 종로구 서린동, 30년째 영업 중인 분식집 가격표. /사진=김미루 기자
우리 동네 '분식집 사장님'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채소에 이어 김까지 식재료 가격이 연일 오르지만 김밥이 대표적인 서민 음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밥값을 크게 올리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지 타산을 고려하면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밥 가격이 오르면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서민들은 고개를 숙인다. 직장인 유모씨(30)는 "최근 강남에서 동료들과 먹을 참치김밥 5줄을 사니 2만5000원이 나왔다"며 "김밥 1줄에 1000원 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고 실감했다"고 말했다.
채소값에 이어 김밥 주요 재료인 김 가격까지 폭등하면서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분식집 사장님들은 입을 모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박씨가 구매하던 고급 김 가격은 100장에 8000원에서 9000원 선이었는데 이달 들어 1만5000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박씨는 "식재료 업체에 올해 냉동 김밥 수출이 많아서 김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하더라"며 "잔치국수나 어묵 위에 뿌려주던 김 가루는 품절이라 지난주에 아예 사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1월30일 서울 시내 식당의 가격표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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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반도체'로 불릴 만큼 김 수출이 증가하면서 국내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김은 지난해 수출액 1조원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해 전 세계 1위다. 해외에서 냉동 김밥이 인기를 끈 것도 김밥용 김 수요 폭증을 불렀다.
박씨는 "기본 라면과 야채김밥을 같이 먹었을 때 9000원을 넘지 않게 하려고 가격을 정하고 있다"면서도 "김뿐만 아니라 모든 가격이 다 올라서 안 오른 재료를 찾기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