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원 스님](https://thumb.mt.co.kr/06/2024/04/2024041414064368809_1.jpg/dims/optimize/)
나는 누구인가. 세상을 구성하는 하나하나의 개체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나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가 목말라하며 갈구하는 의미들은 어떤 것들인가. 때로는 그 의미들에 환희하며 기뻐하고 때로는 좌절해 자살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들은 세상에서 지워져야 한다고 여기고 어떤 의미들은 실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좇아간다. 의미는 변한다. 그렇다고 허망하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변하지 않고 머물기를 집착하는 것이 허망한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 어떤 의미도 없다면 그것만큼 의미 없는 삶도 없을 것이다. 우리 각자는 스스로 의미를 규정하고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 의미 속에서 행복도 불행도 일어난다. 그것은 게임의 룰을 정하고 게임에 임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런데 목숨을 걸 만큼 가치 있는 의미란 있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압도적으로 높다. 제발 스스로 생을 포기하는 선택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다. 그 의미라는 것은 언제나 변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말이다.
꽃이 피는 계절이다. 그래서 꽃이 지는 계절이다. 모두 사실이지만 꽃이 진다고 좌절하는 사람은 잘 없을 것이다. 꽃은 원래 없었지만 피었기에 지는 것이다. 모든 의미도 마찬가지다. 원래 의미가 없었지만 의미가 만들어졌기에 변하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피고 지는 꽃처럼 모든 의미도 역시 그러하다. 의미가 사라졌다면 그것은 그 의미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의미를 세울 자유가 생겨난 것이다. 그 어떤 의미도 과도하게 집착하지 말고 그 속에 지나치게 고통받지도 말라. 밖으로 의미를 갈구하지도 말고 스스로 어떤 의미가 되지 못한 것을 자책하지도 않는 것. 그 어떤 의미로부터도 자유로워지는 것이 스스로 삶이 여유로워지고 편안해지는 길이며 그것이 어떤 의미든 용기를 내어 추구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작은 의미에 자신을 묶어두지 말고 마음을 여는 것이 삶을 슬기롭게 살아가는 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것도 억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밖으로 나가 꽃도 보고 풀도 보고 새싹을 쏟아내는 나무들도 보고하면 저절로 그 어떤 의미들도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그래서 사람은 자연과 가까이 지내야 한다. 자연은 스스로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