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디즈니+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지배종’(각본 이수연, 연출 박철환)은 배양육이 전통적인 동물 고기를 대체한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작품 배경은 그다지 먼 미래에 있지 않다. 실제로 미국과 싱가포르는 배양육에 대한 시판을 승인했다. 유명 기업가 빌 게이츠는 배양육 스타트업에 수십 조 달러를 투자했다. 전 세계 여러 기업들은 배양육을 미래 먹거리 해결책으로 보고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배종’은 곧 현실이 될 이야기다.
판타지가 아니기에 ‘지배종’은 피부에 와닿는 흥미를 유발한다. 배양육에 대한 현실성을 관통하며 누군가에게는 기대감을, 누군가에게는 불쾌한 골짜기의 찜찜함을 들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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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 완벽하지 않습니다.” 윤자유가 회견장에서 덧붙인 이 말처럼 BF가 만들어낸 세상은 완벽하지 않다. 회견장을 나선 윤자유의 차에는 농업종사자들이 울분을 담아 던진 채소가 한가득이다. BF로 인해 대중 먹거리가 배양육으로 바뀌면서 전통적인 농업 커뮤니티에 경제적 타격을 입힌 탓이다. 그의 차량 위로 의문의 남성이 투신하는 일도 벌어진다. 투신한 남성의 정체 역시 BF 때문에 생계를 잃은 낙농업자다.
이 외에도 1, 2화부터 ‘지배종’은 다양한 사건사고를 속도감 있게 전개한다. BF의 핵심 기술인 배양액이 오염됐다는 악성 루머를 시작으로, 거액을 요구하는 의문의 내부 서버 해킹 사건이 그려진다. 윤자유는 밀착 경호원인 우채운의 추적 덕분에 서버 해킹이 내부자 소행임을 알게 되고, 주변 인물을 의심하는 모습으로 2화를 끝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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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소재다. 배양육이라는 생소한 재료로 한국형 SF 서스펜스 장르의 저변을 넓힌다. ‘지배종’이 다루는 생명공학의 개발은 현재 기술과 윤리적 문제들에 깊이 연관되어 있다. 배양육은 미래가 아닌 현재의 가능성과 도전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한 육류 가공은 대규모 농지 사용 감소,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 동물 복지 향상 등 환경 보호에 기여할 수 있다. 반면 윤리적 논란, 생태계 균형, 기업 독과점에 대한 잠재적 위험 등도 존재한다.
극 중 BF는 Blood Free를 의미한다. 사명처럼 살생에서는 자유롭지만 세포 증식으로 만들어진 고기 묘사 장면을 보고있자면 불쾌한 감정이 밀려온다. 이는 ‘지배종’이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미래의 식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성찰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현재의 기술 발전 속도와 사회적인 대응에 대한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