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연속 금리 묶은 한은…금리인하 '깜빡이' 켤 고민 시작했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2024.04.1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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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기준금리 변동 추이/그래픽=이지혜우리나라 기준금리 변동 추이/그래픽=이지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했다. 지난해 2월, 4월, 5월, 7월, 8월, 10월, 11월, 올해 1월, 2월에 이은 10회 연속 동결이다.

금리 동결은 모두의 예상대로지만 속은 복잡하다. 잡힐듯 잡히지 않는 물가에 한은은 금리인하 '깜빡이'를 켤 시점을 고민하며 일단은 직진을 계속하기로 했다.



끝 모를 '물가'와의 싸움…15개월째 기준금리 '3.5%' 동결
한은 금통위는 12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2022년 4월 기준금리를 1.25%에서 1.5%로 올린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 1월 3.5%까지 7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지난해 2월 금통위에서 10개월 만에 연속 금리인상 행진을 멈췄고 이번까지 10회 연속 동결을 결정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양상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며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대내외 정책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사실상 금리 인상 카드를 접은 한은이 10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건 섣부르게 금리 인하로 통화정책을 전환하기엔 위험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소비 위축 등 내수 부진과 현재진행형인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를 고려하면 금리를 내려야 한다. 하지만 사과를 중심으로 한 과일 가격 강세와 꿈틀거리는 국제유가 등 울퉁불퉁한 물가를 생각하면 섣부른 금리인하는 '독'이 될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흐름, 가계부채 추이, 주요국 통화정책의 탈동조화, 환율 변동성 등도 당연히 고려하겠지만 금통위원들이 지금 가장 고민하고 중점을 두고 있는 점은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으로 언제 확신할 수 있을지"라며 "확신이 들 때까지는 현재의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축 기간 전망에서 '장기간' 사라졌다…美 눈치 안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사진공동취재단)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사진공동취재단)
한은이 가장 주목하는 건 '물가'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까지 (내린다는 전망대로) 간다면 금통위원 전부가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며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 등 다른 여러 문제 때문에 (하반기 월평균) 2.3%로 가는 경로보다 높아지고 (시기가) 지연되면 하반기 금리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금통위는 이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통화긴축 기간과 관련한 문구를 기존 '충분히 장기간'에서 '충분히'로 수정했다.



'충분히 장기간'이란 문구를 유지할 경우 하반기 금리인하가 사실상 물건너 갔단 의미로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은이 하반기에 무조건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란 해석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히'라는 문구는 남겨뒀다.

당장 3개월만 놓고 보면 금리인하 가능성은 낮은 게 사실이다. 지난 2월과 마찬가지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이 향후 3개월 후 적정 기준금리를 3.5%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1명만 내수 부진에 대한 선제 대응 차원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다만 물가만 예상경로대로 잡혀간다면 한은의 금리인하는 하반기 중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이르면 7~8월 중 한은의 금리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총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금리 피봇(통화정책 전환)을 하긴 할텐데 올해 중에 할거냐, 아니면 올해 중 몇번 할 것이냐라는 시점의 문제여서 (미국 통화정책이) 기타국가 통화정책에 주는 영향은 예전과 다른 상황"이라며 "저희도 반드시 미국을 따라서 (금리인하를) 한다, 안 한다의 문제가 아니라 소비자물가 상승률 변화, 환율 영향 등 국내 요인을 가지고 통화정책을 할 여력이 작년에 비해 커졌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피봇 시그널(신호)을 계속 줬기 때문에 ECB(유럽중앙은행)는 6월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스위스는 이미 금리를 낮추는 등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국내 물가가 어떻게 가는지에 따라 (금리인하를 미국보다) 앞서 할 수도, 뒤에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 상회할 수도"
한편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24년 4월 경제상황 평가' 보고서를 통해 예상보다 빠른 수출 회복세에 따라 올해 성장률이 당초 전망치(2.1%)에 부합하거나 상회하는 경로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민간소비가 고물가와 고금리 영향으로 둔화했지만 향후 가계소득 여건에 따라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도 IT(정보기술) 경기 회복 등으로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연초에 반짝 반등했던 건술투자는 감소 흐름을 재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은 "향후 성장경로는 AI(인공지능) 확산 등 IT 경기 개선 속도, 국내 부동산 PF 구조조정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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