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노동경제학 교수 'AI가 중산층 재건 도울 것' [PADO]

머니투데이 김수빈 에디팅 디렉터 2024.04.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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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챗GPT를 필두로 생성형 AI가 놀라운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AI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갖가지 추측이 난무합니다. '직업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가 올 것'이라 말하는 일론 머스크는 그 중 가장 호들갑스러운 인사이지요. 얼마 전에는 '내년에는 AI가 사람보다 똑똑해진다'고 주장했다가 세계적인 AI 권위자 얀 르쿤 메타 수석AI과학자로부터 '아직 신뢰할 수 있는 자율주행도 못 만들었으면서 무슨 소리냐'는 핀잔도 들었더군요. 이럴수록 역사를 돌이켜 보는 것이 유용합니다. 그 어떤 혁명적인 기술이건 인간이 만들어 인간이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을 총지휘했던 스탠리 매크리스털 전 미 육군대장은 역사를 공부하는 게 리스크를 다루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역사를 모르면 생각이 개인적 경험에만 국한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과거의 기술혁명에 대해 경제의 역사는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요? 노동경제학 분야의 석학 데이비드 오터 MIT 교수의 노에마 매거진 기고문이 갖는 미덕은 산업혁명과 정보혁명 시기에 노동과 직업전문성이 맞았던 변화를 경제사적으로 되짚어 보면서 AI혁명이 직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차분히 생각해볼 기회를 준다는 것입니다. 호들갑은 잠시 제쳐두고 잠시 숙고를 해볼 시간입니다.

2023년 3월 21일, 보스턴에서 열린 ChatGPT의 출력이 표시되는 컴퓨터 화면 앞에 있는 휴대폰에 OpenAI 로고가 보인다. AP/뉴시스 /사진=AP 뉴시스2023년 3월 21일, 보스턴에서 열린 ChatGPT의 출력이 표시되는 컴퓨터 화면 앞에 있는 휴대폰에 OpenAI 로고가 보인다. AP/뉴시스 /사진=AP 뉴시스


최근 영국 총리 리시 수낙과 가진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는 인공지능이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힘"이라고 선언하면서 "어떤 직업도 필요하지 않게 될 시점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AI의 대부 제프리 힌튼은 사람들에게 "배관공 일을 하라"고 조언했다.

이들이 갖고 있는 생각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직업의 미래는 위험에 처했다는 것이다. 최근 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5%가 AI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두려움은 잘못된 것이다.

산업화된 세계에는 일자리가 넘쳐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발생 4년 만에 미국의 실업률은 팬데믹 이전의 최저치로 떨어졌고 총고용은 팬데믹 이전 최고치보다 거의 300만 명 증가했다. 출산율 급감과 노동력 급감으로 인해 산업화된 세계 전역(중국 포함)에서 서로 비슷한 수준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펼쳐지고 있다.



이는 예측이 아니라 인구학적 팩트다. 2053년에 30세가 되는 모든 사람들은 현재 이미 태어난 상태로, 우리는 그들을 더 만들 수 없다. 대규모 이민 정책 변화가 없다면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일자리가 부족해지기 전에 노동자가 부족해질 것이다.

AI는 노동 시장을 변화시킬 것이지만 머스크와 힌튼이 생각하는 방식으로는 아니다. 그 대신 AI는 인간이 갖는 전문성의 가치와 본질을 재구성할 것이다. 여기서 '전문성'이란 바이탈사인(활력징후) 측정, 앱 코딩, 식사 준비 같은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지식이나 역량을 말한다.

어떠한 전문성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이면서 상대적으로 희소할 경우, 전문성은 시장 프리미엄을 얻는다.


현대의 정보화 시대가 갖고 있던 유토피아적 비전은 컴퓨터가 정보를 민주화함으로써 경제적 위계질서를 평평하게 만들 것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런 비전과는 정반대였다.

컴퓨터화는 동시에 행정 지원, 사무직, 생산직 등 광범위한 중간숙련(middle-skill) 계층의 일자리를 자동화했다. 반면, 더 나은 기회가 없는 대졸 미만 학력 성인의 60%는 비전문적, 저임금 서비스직으로 밀려났다.

AI는 컴퓨터화로 시작된 과정을 역전시킬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인류에게 제공한다. 전문성의 관련성, 도달 범위, 가치를 보다 많은 노동자 집단에게 확장하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정보와 규칙을 후천적 경험과 엮어 의사결정을 지원할 수 있다. 적절한 기초 훈련을 받으면 더 많은 노동자들이 지금은 의사, 변호사,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대학 교수와 같은 엘리트 전문가에게만 허용되는 고위험 의사결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본질적으로 AI는 잘 활용된다면 자동화와 세계화로 인해 공동화된 미국 노동시장의 중간숙련-중산층의 코어를 복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계속)



PADO 웹사이트(https://www.pado.kr)에서 해당 기사의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국제시사·문예 매거진 PADO는 통찰과 깊이가 담긴 롱리드(long read) 스토리와 문예 작품으로 우리 사회의 창조적 기풍을 자극하고, 급변하는 세상의 조망을 돕는 작은 선물이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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