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가장 큰 변수는 물가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월평균 2.3%까지 (내린다는 전망대로) 간다면 금통위원 전부가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 등 여러 문제로 하반기 월평균 2.3% 전망보다 지연된다면 하반기 금리인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피봇 시그널(신호)을 계속 줬기 때문에 ECB(유럽중앙은행)는 6월 금리인하를 고려하고 스위스는 이미 금리를 낮추는 등 탈동조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국내 물가가 어떻게 가는지에 따라 (금리인하를 미국보다) 앞서 할 수도, 뒤에 할 수도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향후 6개월 시점 (전망을) 말하자면 저를 포함한 금통위원 전부 지금 상황에선 하반기 금리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최근 불거진 사과 등 농산물 물가 상승과 관련해선 구조적 해결방안을 논의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농산물이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8%지만 최근 2~3개월 동안 CPI 상승의 30%가 농산물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과실의 경우 CPI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에 불과하지만 최근 CPI에 대한 영향은 18%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기본적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서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줘 정부가 나서서 보조금을 주는 등 물가안정을 위한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금리로 잡을 수만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재배면적을 늘리고 재정을 쓴다고 해서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며 "재배면적을 늘리고 날씨도 좋아 사과 생산이 늘어나면 가격이 폭락해 생산자가 어려워지고 다시 재정을 풀어 보존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불편한 진실이지만 농산물 물가는 통화·재정정책으로 해결할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며 "기후변화 등이 심해질 때 생산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금과 같은 정책을 계속할지, 그게 아니면 수입을 통해 해결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통구조를 개선하면 된다고 하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생산이 줄면 유통을 아무리 개선해도 해결에 한계가 있다"며 "구조적 문제에 대해 국민적 합의점이 어디인지 생각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원/달러 환율 상승과 관련해선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에 대한 피봇 기대가 많이 뒤로 밀리면서 달러화가 강세인 면이 있다"며 "동시에 일본 엔화 절하가 크고 중국 위안화도 절하 압력을 받고 있어 (원화가) 주변국 통화의 '프록시(Proxy·대리)' 통화로서 펀더멘탈에 비해 과도하게 절하되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레벨을 보고 있는 건 아니지만 달러화 강세 상황에서 주변국 영향으로 인한 쏠림현상으로 펀더멘탈에 비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면 시장안정화 조치를 취해서 환율을 안정화 시킬 여력이 있다"며 "여러 방법이 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