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총선완패'… 금투세, 밸류업 프로그램 어디로 가나

머니투데이 서진욱 기자 2024.04.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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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소액주주 권익 보호, 가상자산 제도화 공약. /그래픽=김다나 기자.민주당 소액주주 권익 보호, 가상자산 제도화 공약. /그래픽=김다나 기자.


22대 총선이 야권의 완승으로 끝났다.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100석)을 간신히 확보하는 데 그쳐, 정부여당의 정책 추진동력이 크게 떨어지게 됐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 등 당정이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자본시장 정책을 향한 의구심이 번질 수밖에 없다. 반면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적극적인 제도권 편입을 약속한 가상자산 시장은 훈풍이 예상된다.

민주당 '압승', 윤 대통령 내건 '금투세 폐지' 어떻게 되나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 개표 결과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민주당·민주연합이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가 108석을 차지했다. /그래픽=뉴시스.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 개표 결과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민주당·민주연합이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가 108석을 차지했다. /그래픽=뉴시스.


11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2대 총선에서 민주당·민주연합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진보당 1석을 차지했다.

국민의힘이 지난 총선(103석)과 비슷한 의석에 그치면서 당정의 자본시장 정책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 법률 개정을 전제한 내용이 많은데, 민주당 동의 없인 법안 처리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내걸었던 금투세 폐지는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금투세를 폐지하려면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은 금투세 폐지를 여야 합의 파기라면서 지난해 말 전격적으로 이뤄진 주식 양도소득세 규제 완화와 묶어 '부자 감세'로 규정한 바 있다.

문재인 정권이 도입한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 소득이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 기타 250만원) 이상이면 해당 소득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2023년 시행될 예정이었다가 여야 합의로 과세 시점을 2025년으로 연기했다.

밸류업 이어지겠지만… '규제'에 초점 맞춘 민주당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열린 '밸류업 프로그램 해외투자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투자공사(KIC)에서 열린 '밸류업 프로그램 해외투자자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부가 증시 부양책으로 내놓은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도 의구심에 휩싸였다. 정부의 정책 구상이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민주당은 밸류업 취지에는 반대하지 않았으나 주주권익을 강화하는 공약을 대거 내놨다. 기업의 자발적인 주주환원 노력과 세제 혜택에 초점을 맞춘 당정의 정책 방향과 큰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가하는 상법 개정 검토 △자사주 처분 시 주주평등주의 원칙 적용 의무화 △상장사 공개매수 시 의무매수 물량을 50%+1주에서 100%로 확대 △사업보고서 또는 IR 자료 등에 주주환원율 공시 유도 △공적기금 운용 시 주주환원정책에 높은 가중치 부여 등을 공약했다.

상법상 주주이익 보호 의무 조항 신설은 기업들의 반대가 상당한 내용이다. 당초 밸류업 정책의 세부 방안으로 거론됐으나 실제로 포함되지는 않았다. 민주당이 상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자발성에 초점을 맞춘 밸류업 정책 취지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기획재정부가 밸류업 정책의 세제 혜택으로 제시한 법인세·배당소득세 부담 경감은 민주당이 동의해야 실현될 수 있다. 민주당이 재벌 감세로 규정하며 반대할 경우 관련 세법 개정이 이뤄지기 어렵다. 추가적인 세제 혜택으로 거론되는 상속세·증여세 완화 역시 재벌 감세 프레임에 갇힐 수 있다.

증권가는 밸류업 정책 자체가 폐기될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민주당 역시 개인투자자 여론에 반응할 수밖에 없어 정책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김영환·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밸류업 세제 지원은 기대감 약화가 불가피하다"면서도 "밸류업과 관련해 여야 간 공감대가 형성된 분야도 존재하고 향후에도 밸류업 관련 이벤트는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상자산엔 호재? 제도권 편입 빨라질까
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라운지에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사진=뉴스1.
가상자산 시장엔 민주당의 압승이 호재로 인식된다. 민주당이 국민의힘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공약을 내놔서다.

민주당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뿐 아니라 발행과 상장까지 허용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현물 ETF 매매수익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과세해 기존 금융투자상품과 손익통산 및 손실이월 공제(5년)를 허용한다. 가상자산 현물·선물 ETF의 ISA 편입을 허용해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고, 가상자산 공제 한도를 5000만원으로 상향한다는 공약도 내놨다.

또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완료, 조건부 가상자산 발행 허용, 토큰증권 법제화 등은 여당 공약과도 일치한다. 때문에 여야가 가상자산의 완전한 제도화에 유보적인 입장을 취해온 금융당국을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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