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불안 고조…23일 시작되는 기술기업 어닝이 중요[오미주]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4.04.1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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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또 다시 시장 예상치를 웃돈 것으로 발표됐다. 이에 따라 미국 증시가 상승 흐름을 유지하는데 오는 12일부터 시작되는 어닝 시즌이 더욱 중요해졌다.

마켓워치는 1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대규모 매도세를 피하려면 기업들의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렇지 않다면 지난해 10월 말부터 S&P500지수를 거의 30% 끌어올린 랠리 기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윤선정S&P500지수 올들어 추이/그래픽=윤선정


미국 증시는 이날 지난 3월 CPI가 지난 1, 2월에 이어 또 다시 시장 예상치를 웃돌자 인플레이션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우려와 금리 인하 시기가 오는 6월에서 9월로 미뤄졌다는 판단에 따라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1.1%, S&P500지수는 1.0%, 나스닥지수는 0.8% 떨어졌다.

이에 대해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크리스 자카렐리는 마켓워치와 전화 인터뷰에서 "기업들의 실적 성장세가 유지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IG 노스 아메리카의 최고경영자(CEO)이자 테이스티트레이드의 사장인 JJ 키나한은 당분간 미국 증시가 고르지 못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증시가 강세 기조를 이어가려면 기업들의 실적이 현재의 높은 주가 밸류에이션을 정당화할 정도로 호조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팩트셋에 따르면 현재 S&P500지수의 올해 주당순이익(EPS)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20.5배로 지난 5년 및 10년 평균보다 높다.

그간 미국 증시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지고 국채수익률이 상승해도 탄력적인 모습으로 랠리를 지속했다. 그러나 지난 3월 말 이후 분위기가 반전되면서 S&P500지수는 이번주까지 지난 5주일 가운데 4주일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윌셔의 CIO인 조쉬 에마뉴엘은 "기업들의 실적이 정말 좋으면 국채수익률이 올라가도 괜찮지만 기업들의 실적이 실망스럽게 나온다면 증시가 버틸 수 있는 여지가 거의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지난 1분기 어닝 시즌은 오는 12일 JP모간과 씨티그룹, 웰스 파고 등의 대형 은행들이 포문을 연다. 이에 앞서 이미 몇몇 기업들은 엇갈린 실적을 공개했다.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인 코스트코와 스포츠웨어 회사인 나이키는 예상을 밑도는 실적으로 소비자들의 지출 감소 우려에 불을 지폈다. 반면 델타항공은 이날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해 실적 불안감을 달랬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악재에 가려 주가는 2.3% 하락했다.

오는 23일부터 빅테크 실적 발표
시장 영향력이 큰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2주일 후부터 시작된다. 테슬라가 오는 23일, 메타 플랫폼이 24일에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은 테슬라와 같은 오는 23일에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추정된다. 아마존은 25일에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오는 5월2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AI(인공지능) 수혜주의 실적을 좌우할 엔비디아는 회계연도 1분기가 4월말에 끝나기 때문에 5월 말, 즉 5월22일은 돼야 실적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앞서 AI 수혜주의 실적 동향을 파악하려면 오는 24일 서버 냉각장치 등을 만드는 버티브 홀딩스와 오는 30일 반도체회사인 AMD 및 서버업체인 슈퍼 마이크로 컴퓨터의 실적 발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월 실적 발표 때 AI 수혜를 언급했던 IT(정보기술) 회사인 IBM도 오는 24일에 실적을 내놓는다. 또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25일, PC와 스마트폰에서 AI 활용이 늘어날 경우 수혜가 기대되는 퀄컴이 5월1일에 실적을 공개한다.

미국 주요 기술기업 실적 발표 일정/그래픽=이지혜미국 주요 기술기업 실적 발표 일정/그래픽=이지혜
연말로 갈수록 실적 성장세 확산
애널리스트들의 전망에 따르면 올 1분기 실적 성장세도 대형 기업들이 주도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올 1분기 순이익이 3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나머지 490개 기업은 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말이 되면 시총 상위 10개사의 순이익 성장률이 나머지 490개 기업들에 역전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4분기까지 시총 10대 기업의 순이익 성장률은 17.2%로 둔화되고 나머지 490개 기업은 17.8%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네이션와이드의 투자 리서치팀장인 마크 해켓은 증시 지수가 더 올라가려면 더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랠리가 지속되려면 더 광범위한 기업들의 실적이 성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 늦어지면 실적 압박 가중
문제는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리 인하가 늦어질수록 경제와 기업이 느끼는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

윌셔의 에마뉴엘은 경기 연착륙 시나리오는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결국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기대에 근거한 것이라며 "연준이 금리 인하를 미룰수록 금리 인상이 경제 활동에 미치는 후행 효과가 부담을 주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위험이 커진다"고 밝혔다.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얼라이언스의 자카렐리는 만약 연준이 다시 금리를 인상하기로 결정한다면 기업 실적에 관계없이 "모든 베팅은 끝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 재무부 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블룸버그 TV와 인터뷰에서 "연준의 다음 조치가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은 15%~25%"라고 말했다.

자카렐리는 연준이 다시 금리를 올리지 않고 현재 기조만 유지한다면 미국 증시가 2분기 동안 혼란을 겪는다 해도 강세장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강세장에서 5% 하락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S&P500지수의 10일 종가 5160.64는 지난 3월28일에 기록한 사상최고가 5254.35에 비해 1.8% 하락한 것이다.

오늘 밤 PPI, 또 한 번 인플레 충격?
한편, 11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오후 9시30분)에는 지난 3월 생산자 물가지수(PPI)가 발표된다. CPI에 이어 PPI마저 시장 예상치를 웃돈다면 투자자들이 느끼는 인플레이션 공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PPI는 전월비 0.3% 올라 지난 2월의 0.6% 상승률에 비해 대폭 낮아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년비 상승률은 2.2%로 지난 2월의 1.6%에 비해 올라갔을 것으로 보인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는 지난 3월에 전월비 0.2% 올라 지난 2월의 0.3% 상승률에 비해 둔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년비 상승률은 2.3%로 지난 2월의 2.0%에 비해 높아졌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은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와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 수전 콜린스 보스턴 연은 총재,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의 연설도 예정돼 있다.

지난 3월 CPI와 PPI 발표 이후 처음 나오는 연준 위원들의 공개 발언인 만큼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힐지 주목된다. 이 가운데 윌리엄스 총재와 바킨 총재, 라파엘 총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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