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넘게 썼으니 내 땅" 소송 건 유치원…18억 '변상금' 낸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24.04.09 08:12
글자크기
/사진=머니투데이DB/사진=머니투데이DB


토지 130평 상당을 무단으로 점유해 사용한 유치원에 내려진 18억원대 변상금 처분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당시 재판장 정상규)는 전직 유치원 운영자 A씨 부부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상대로 "변상금 부과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 부부는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단지 내 부지와 건물을 분양받아 40년 넘게 유치원을 운영했다. 당시 이 부지 주변에는 울타리가 설치돼 있었는데, 울타리 내에는 시 소유의 공유지 424㎡(약 128평)가 포함돼 있었다. 이들 부부는 이 땅에 수영장 등을 설치해 유치원 부지처럼 사용했다.



이들 부부는 2018년 점유취득시효가 완성됐다며 2018년 서울시를 상대로 소유권이전 등기 청구 소송을 냈다. 점유 취득 시효란 소유 의사를 갖고 특정 부동산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한 경우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제도다.

그러나 법원은 A씨 부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부부가 매수한 토지 지번이 특정되지 않아 이들이 매수한 토지의 범위를 확정하기 어렵고, 펜스 내 토지 점유 전부를 이전받았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는 점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2021년 A씨 부부의 패소 판결이 확정되자 SH는 2016년 9월부터 2021년 9월까지 5년간 해당 토지를 유치원 부지로 무단 점유·사용했다며 변상금 18억여원을 부과하는 처분을 내렸다. 지방재정법상 변상금 채권 소멸시효 기간은 5년이다.

A씨 부부는 처분에 불복해 서울시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위원회는 소멸시효 항변을 받아들여 2016년 9월부터 11월까지 기간에 대한 부분만 취소했고, 나머지 청구는 기각했다.

A씨 부부는 이같은 결론에도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시가 40년 이상 공유지 점유에 관한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이는 점유를 묵시적으로 승낙한 것이므로 변상금 부과는 신뢰 보호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SH의 변상금 청구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토지 부분에 설치되어 있는 펜스를 따라 비교적 일정한 간격으로 나무들이 있고, 이는 오래전 A씨 부부가 심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사정은 원고들이 펜스 내부의 해당 토지 부분을 유치원 부지로 점유·사용했음을 뒷받침한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토지에 여러 놀이시설을 설치했고, 울타리로 인해 외부인들이 이곳에 자유롭게 출입하거나 이용하지 못했다"며 "이 사건 토지 부분 전체를 유치원 부지로 사용하려는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재판부는 "서울시 측이 약 40년간 이 사건 토지 부분에 관해 변상금을 부과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처분이 원고들의 정당한 신뢰를 침해했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들 부부의 청구를 기각했다.

더불어 "변상금 산정에 기초가 된 이 사건 토지의 개별공시지가 산정도 위법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SH가 책정한 변상금이 과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