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당근마켓(이하 당근)은 설립 8년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벤처투자 혹한기로 투자 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당근은 어떻게 흑자전환을 할 수 있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동 당근 본사 사무실에서 황도연(사진) 대표를 만나 직접 들어봤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당근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2021년 1800억원의 투자유치를 통해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 받은 이후 2021년 352억원, 2022년 464억원으로 적자폭이 나날이 늘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의 저주'라는 얘기까지 돌았다.
황 대표 취임 1년만의 일이다. 2021년 3월 당근 사업부문 총괄 부사장으로 합류한 황 대표는 이듬해 11월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 1년 동안 당근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서울 서초구 서초동 당근 본사에서 황 대표를 직접 만나 들어봤다.
"벤처투자 혹한기, 지속가능성 증명하는 계기 됐다"
/그래픽=윤선정 디자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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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실제 당근이 마주한 환경은 만만치 않았다. 투자유치를 한 2021년부터 국내외 벤처투자 환경은 서서히 위축됐다. 특히, 밑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어야 하는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자본시장의 평가는 냉정했다. 황 대표는 "벤처투자 혹한기로 시장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서비스 성장 뿐 아니라 재무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회사임을 증명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노력은 지난해 재무제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난해 당근의 대표 사업인 광고 매출을 급성장했다. 2022년 494억원이었던 광고 매출은 1266억원으로 2.5배 이상 커졌다.
황 대표는 "당근이 월 기준 1900만명이 이용하는 전 국민적인 서비스가 되면서 당근을 매개로 한 지역 타겟팅 광고 및 마케팅이 늘었다"며 "지역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한 타겟팅 정교화 및 알고리즘 고도화, 지난해 2월 선보인 상품 광고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광고선전비(2022년 227억원→2023년 50억원)를 대폭 줄였다. 황 대표는 "기존에 당근 브랜딩에 사용된 광고선전비는 과감하게 줄였다"며 "현재는 이용자들이 더 다양한 맥락에서 당근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신규 서비스 소개에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신규 서비스로 키운 역동성…월 1900만 MAU 비결
황도연 당근마켓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앱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MAU 순위를 살펴보면 업종 분류를 '쇼핑' 기준으로 했을 때 당근은 쿠팡 다음으로 높다. '소셜네트워크'를 기준으로 했을 때는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밴드에 이어 4위다. 중고거래 앱으로서도, 커뮤니티 앱으로서도 높은 순위다.
당근이 높은 MAU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하이퍼로컬 기반의 다양한 신규 서비스다. 현재 당근은 '중고거래'와 '동네생활' 외 △구인구직 △중고차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숏폼 서비스인 '당근스토리'도 운영 중이다.
황 대표는 "이용자들이 보다 풍부한 동네생활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며 "신규 서비스를 론칭할 때는 '지역성'과 '신뢰성'을 잘 갖췄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론칭 이후에는 분기 단위 재사용율과 이용자 인터뷰를 통해 서비스 존속 여부를 판단한다.
당근은 밀도 높은 하이퍼로컬 커뮤니티를 만들기 위해 당근의 적용 범위를 좁히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황 대표는 "최소 동 단위 기준으로 묶여있던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기능을 아파트 단지, 빌딩 한 채, 대학교 캠퍼스 등으로 묶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며 "유의미한 공동체 내 이용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응이 좋다. 피드백을 통해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 본질 역시 '하이퍼로컬'…기본에 충실"
/사진제공=당근마켓
황 대표는 "현재 당근의 국내 사업 단계가 10단계라고 했을 때 글로벌 사업은 현재 1~2단계 수준"이라며 "초기 단계로 앞으로 배워야 할 것도, 헤쳐 나가야 할 난관도 많다"고 말했다.
초기 단계지만 어느 정도 성과도 나오고 있다. 황 대표는 "북미 거점지인 캐나다의 경우 올해 3월 기준 MAU 수가 전년동월 대비 3배 증가했다"며 "커뮤니티 앱 평점 역시 4.3점으로 높은 편이다. 올해도 이처럼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이어나가는 것이 첫번째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중고거래 리뷰 점수인 '매너온도'를 '캐롯 스코어(Karrot Score)'로 번역하는 등 현지화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이퍼로컬이라는 근본 가치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성과 신뢰성을 갖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서는 현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IPO와 관련해) 아직 내부에서 진지하게 논의되고 있는 바는 없다"며 "지금은 좀 더 자율성을 갖고, 당근 서비스를 더 과감하고, 다양하게 실험해보는 게 중요한 단계"라고 했다. 이어 "글로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IT 서비스를 만들어 내는 게 목표"라며 "서두르지 않고, 균형있게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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