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서사하라 장벽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2024.04.08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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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김화진 서울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구글어스로 아프리카대륙 북서부의 모리타니를 겨누면 금방 특이한 지형이 눈에 들어온다. 눈동자같이 원형으로 생겼다. '사하라의 눈'으로 불린다. 직경이 무려 40km다. 형상이 아틀란티스 묘사와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아틀란티스 유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모리타니가 워낙 험한 나라이기도 하고 해당 지역에 접근할 길도 마땅히 없어서 조사와 연구가 잘 안 되어 있다. 용감한 청년 하나가 직접 방문한 영상이 유튜브에 있다. 지상에서는 그냥 돌이 흩어진 황무지고, 너무 커서 전체의 형태는 감을 잡을 수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그 지역 주민들은 그 형상을 알고 있었다고 한다. 서구에는 1952년 프랑스 탐사팀에 의해 처음 알려졌다.



1959년까지 프랑스령이었던 모리타니는 사하라사막 그 자체다. 농경이 불가능한 지역이어서 나라는 프랑스만큼이나 큰데 인구는 500만명이 채 안 된다. 석유가 있고 철광석이 많다. 그래서 그 유명한 사하라철도가 있는 나라다. 항구도시 누아디브에서 내륙의 주에라트까지 704km 길이의 철도다. 프랑스가 1963년에 건설했고 아직 잘 가동된다. 3km 길이의 마일 트레인이 다니는데 주행 시간은 18시간이다. 사진이나 영상을 보면 승객들은 뚜껑 없는 화차에 철광석과 함께 탑승한다.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의 오프닝을 떠올리게 한다.

모리타니 북서에 서사하라가 있다. 모로코와의 국경선이 실선이 아닌 점선으로 그어져 있다. 서사하라는 알제리가 대서양으로 직접 나가는 것을 막고 있는 형상인데 지금 동서로 나뉘어 있다. 서쪽은 모로코령이고 동쪽은 사하라 아랍 민주공화국이다. 폴리사리오라고 불리는 무장단체가 있던 곳이다. 사하라 아랍 민주공화국은 서사하라 맨 아래 지역의 좁은 회랑으로 바다에 접한다. 알제리가 이용한다.



그런데 이 두 세력 사이에는 장벽이 설치되어 있다. 모로코가 쌓은 것이다. 무려 2700km다. 1987년에 완성되었다. 이중으로 쌓은 흙벽으로 조잡해 보이는데 대인지뢰를 곳곳에 매설해 놓았고 드문드문 무장 경비초소가 있다.

서사하라는 스페인령이었다. 1976년에 스페인이 철수하자 분란이 시작되었다. 서사하라는 모로코와 모리타니가 2:1로 분할하기로 결정되었는데 반발로 사하라 아랍 민주공화국이 출범했다. 그런데 모리타니 내에서 출범했다. 이들의 테러에 시달리던 모리타니는 1979년에 서사하라를 포기해버렸다.

모로코는 서사하라 전부가 자기들 땅이라고 주장했고 폴리사리오를 이끄는 사라위족이 맞섰다. 그러자 모로코가 폴리사리오 게릴라 방어용으로 장벽을 쌓은 것이다. 장벽 서쪽이 서사하라의 3분의 2 정도 되고 돈이 될 만한 것들은 거의 다 그쪽에 있다. 인구도 동쪽은 전체의 8%에 불과하다. 동쪽은 알제리의 지지와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다.


서사하라 지역에는 화학비료의 원료 인산염이 세계적 수준으로 매장되어 있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Nauru)가 인광석으로 한때 부자가 되었던 것이 기억난다. 현재 모로코는 서사하라 매장량까지 합쳐서 일단 통계상 인광석 매장량 세계 1위로 되어 있다. 이외에도 지금처럼 나누어 놓으면 모로코의 대서양 연안이 두 배 길어진다. 모로코가 서사하라에 올인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모리타니는 넌더리가 나서 가버렸고 알제리는 사실 직접 당사자도 아니어서 아마도 현상태로 갈 것 같다.

국제사회는 서사하라 문제에 대체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사하라사막은 몇천 년 전에는 물과 숲이 풍부한 사바나기후의 녹지였다. MIT에서 연구한 바에 따르면 지구의 세차운동 때문에 2만 년 주기로 사하라의 기후가 바뀐다. 전성기 이집트도 지금과 같은 황량한 분위기의 땅이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1만~2만 년 후에는 서사하라도 국제사회의 관심 지역이 될 수 있겠다.

서사하라 장벽 외에도 지구상에는 이런저런 장벽들이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과 영국의 하드리아누스 방벽이 대표적이다. 그 정도는 아니어도 미국과 멕시코 사이의 방벽,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방벽 등등 인간은 이런저런 이유로 담을 쌓는다. 그런데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험하고 대규모의 장벽은 다른 곳이 아닌 한반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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