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00억 태우니 206% 폭등…"밸류업 모범" 칭찬 쏟아졌다

머니투데이 홍순빈 기자 2024.04.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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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대해부](28)메리츠금융지주, 하나로 뭉치니 자본시장 '환호'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릅니다. 짠물배당,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 재편, 밸류트랩 같은 주가 역선택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기업들의 본질가치가 재조명되고 주가수준도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밸류업 종목들의 현황과 디스카운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8400억 태우니 206% 폭등…"밸류업 모범" 칭찬 쏟아졌다


'주주환원의 꽃'으로 불리는 자사주 소각을 매년 실시해 자본시장의 주목을 받는 곳이 있다. 시가총액 16조원을 뚫고 코스피 금융지주 3대장 자리를 넘보는 메리츠금융지주 (79,400원 ▼1,600 -1.98%)다. 주요 자회사를 합병하며 국내 증시의 보기 드문 선례를 만드는가 하면 순이익의 반 이상을 주주환원에 쓸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치는 등 기업가치 밸류업을 몸소 실천하고 있다.

8일 메리츠금융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900원(1.09%) 내린 8만1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최근 주가가 8만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자회사 합병 발표 이후 이날까지 약 206% 올랐다.



메리츠금융지주의 폭발적인 상승세는 2022년 11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상장폐지하고 100% 자회사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편입하면 대주주의 지분율이 하락하기에 한국 증시에선 메리츠금융지주와 같은 사례가 거의 없었다.

LG (79,400원 ▼800 -1.00%), 롯데지주 (27,700원 0.00%), 카카오 (48,600원 ▲100 +0.21%) 등 다른 국내 지주사들은 자회사가 줄줄이 중복상장돼있다. 카카오는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카카오뱅크 (25,100원 0.00%), 카카오페이 (35,300원 ▲200 +0.57%), 카카오게임즈 (21,800원 0.00%)를 줄줄이 상장시켰다. 이렇게 하면 대주주는 소량의 지주사 지분만 갖고도 다수의 계열사를 모두 지배할 수 있고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지주사는 그만큼 디스카운트(할인)를 받게 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흡수·합병했는데 이 과정에서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의 지분율이 75%대에서 47%대로 낮아졌다. 경영권 승계로 인해 발생하는 세금 문제를 고려한다면 그 지분율은 20% 이하로 하락한다. 하지만 조 회장은 이를 감수하면서도 '대주주 1주와 소액주주 1주는 같다'는 원칙에 따라 '원 메리츠'로 전환했다.

8400억 태우니 206% 폭등…"밸류업 모범" 칭찬 쏟아졌다
'K-주주환원'의 정석…원 메리츠의 비법은?
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 합병 당시 주주환원에 순이익의 50%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이를 초과한 규모의 주주환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주가 수준에 따라 자사주 매입 규모가 결정되는데 저평가 정도가 심하면 연결기준 손익의 50%가 넘더라도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2월22일 진행한 2023년 결산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주주환원을 절대금액으로 하는 것은 주주들께 유리하지 않고 당초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다"며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하기 때문에 주식의 저평가가 깊게 지속될 경우 50% 한도에 얽매이지 않고 그 이상의 자사주 매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 합병 이후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에 따르면 2022년 11월22일부터 현재까지 1조3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고 그중 8400억원 어치를 이미 소각했다. 자사주 소각은 자기주식을 없애 발행 주식수를 줄이는 걸 뜻하는데 주당순이익(EPS)도 함께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된다.

다만 자사주 소각은 회사의 자본을 차감하는 요인이 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일찍부터 자본 효율화를 진행시킨 덕분에 오히려 자본이 증가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2021년 1조6015억원, 2022년 1조6161억원, 2023년 3조5346억원이다. 자회사 편입 효과로 대폭 증가했지만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모두 지난해 발군의 성과를 보여 가치 훼손을 막았다.

주주친화적 현금배당 역시 진행한다. 지난해 결산기준 주당배당금(DPS)은 2360원으로 현금배당 총액은 4320억원이다. 시가배당률은 약 4.1%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와 배당총액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의 총 주주환원율은 50%가 넘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배당가능이익이 2조1500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더불어 메리츠화재의 실적 개선, 메리츠증권의 이익 정상화 등으로 순이익도 증가할 것"이라며 "사측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는 변함없고 현금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 비중을 상승시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8400억 태우니 206% 폭등…"밸류업 모범" 칭찬 쏟아졌다
금융지주사 중 유일한 PBR 1배…"밸류업 모범 사례"
이런 매력 덕분에 메리츠금융지주는 일찍부터 시장의 저평가에서 벗어났다. 지난해 결산 기준 메리츠금융지주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1.17배다. 올해부터 실시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주가가 상승한 금융지주사들의 PBR이 여전히 1배에 못 미치고 있는 것과 확연한 차이가 난다.

현재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16조6562억원으로 KB금융 (75,600원 ▼1,000 -1.31%), 신한지주 (46,650원 ▼200 -0.43%), 하나금융지주 (58,700원 ▼1,000 -1.68%) 다음이다. 한때 하나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지주 시총 3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현재는 하나금융지주와 약 6500억원 차이로 뒤로 물러나 있다.

전문가들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과 수익성 개선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눈높이도 높아진다. △대신증권 9만3000원→12만원 △삼성증권 6만6000원→8만7000원 △신한투자증권 7만원→11만원 등은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줄상향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CLSA증권도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제시하고 비은행 금융사 중 최고의 매수 추천주로 꼽았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절대적 주주환원율이 금융주 내 가장 높은 수준이고 최고 경영진이 관련 세부 사항을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자본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은 ROE(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고 CoE(요구자본비용)을 낮춘다는 점에서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합하는 사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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