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메리츠금융지주는 전 거래일보다 900원(1.09%) 내린 8만19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최근 주가가 8만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지만 자회사 합병 발표 이후 이날까지 약 206% 올랐다.
LG (79,400원 ▼800 -1.00%), 롯데지주 (27,700원 0.00%), 카카오 (48,600원 ▲100 +0.21%) 등 다른 국내 지주사들은 자회사가 줄줄이 중복상장돼있다. 카카오는 유동성이 풍부했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카카오뱅크 (25,100원 0.00%), 카카오페이 (35,300원 ▲200 +0.57%), 카카오게임즈 (21,800원 0.00%)를 줄줄이 상장시켰다. 이렇게 하면 대주주는 소량의 지주사 지분만 갖고도 다수의 계열사를 모두 지배할 수 있고 자금조달을 쉽게 할 수 있다. 반대로 지주사는 그만큼 디스카운트(할인)를 받게 된다.
'K-주주환원'의 정석…원 메리츠의 비법은?주주환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 합병 당시 주주환원에 순이익의 50%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엔 이를 초과한 규모의 주주환원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주가 수준에 따라 자사주 매입 규모가 결정되는데 저평가 정도가 심하면 연결기준 손익의 50%가 넘더라도 자사주를 매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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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 2월22일 진행한 2023년 결산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주주환원을 절대금액으로 하는 것은 주주들께 유리하지 않고 당초 취지에 부합하지도 않다"며 "배당가능이익이 충분하기 때문에 주식의 저평가가 깊게 지속될 경우 50% 한도에 얽매이지 않고 그 이상의 자사주 매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자회사 합병 이후 1조원이 넘는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에 따르면 2022년 11월22일부터 현재까지 1조34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고 그중 8400억원 어치를 이미 소각했다. 자사주 소각은 자기주식을 없애 발행 주식수를 줄이는 걸 뜻하는데 주당순이익(EPS)도 함께 증가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는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 주가 상승의 촉매제가 된다.
다만 자사주 소각은 회사의 자본을 차감하는 요인이 된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일찍부터 자본 효율화를 진행시킨 덕분에 오히려 자본이 증가했다. 메리츠금융지주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별도 기준 자기자본은 2021년 1조6015억원, 2022년 1조6161억원, 2023년 3조5346억원이다. 자회사 편입 효과로 대폭 증가했지만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모두 지난해 발군의 성과를 보여 가치 훼손을 막았다.
주주친화적 현금배당 역시 진행한다. 지난해 결산기준 주당배당금(DPS)은 2360원으로 현금배당 총액은 4320억원이다. 시가배당률은 약 4.1% 수준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와 배당총액 등을 고려하면 지난해 메리츠금융지주의 총 주주환원율은 50%가 넘는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배당가능이익이 2조1500억원으로 증가한 것과 더불어 메리츠화재의 실적 개선, 메리츠증권의 이익 정상화 등으로 순이익도 증가할 것"이라며 "사측의 주주가치 제고 의지는 변함없고 현금배당보다는 자사주 매입 비중을 상승시키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메리츠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16조6562억원으로 KB금융 (75,600원 ▼1,000 -1.31%), 신한지주 (46,650원 ▼200 -0.43%), 하나금융지주 (58,700원 ▼1,000 -1.68%) 다음이다. 한때 하나금융지주를 제치고 금융지주 시총 3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현재는 하나금융지주와 약 6500억원 차이로 뒤로 물러나 있다.
전문가들은 메리츠금융지주의 주주환원과 수익성 개선이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눈높이도 높아진다. △대신증권 9만3000원→12만원 △삼성증권 6만6000원→8만7000원 △신한투자증권 7만원→11만원 등은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줄상향했다. 외국계 투자은행(IB)인 CLSA증권도 메리츠금융지주의 목표주가를 10만원으로 제시하고 비은행 금융사 중 최고의 매수 추천주로 꼽았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절대적 주주환원율이 금융주 내 가장 높은 수준이고 최고 경영진이 관련 세부 사항을 시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자본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은 ROE(자기자본이익률)을 높이고 CoE(요구자본비용)을 낮춘다는 점에서 최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에 부합하는 사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