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근 승우여행사 대표
3개의 산과 산 사이의 거리도 상당해 이동경로 역시 아주 복잡하다. 첫날은 이동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김포공항에서 오전 7시에 비행기를 타고 진주·사천공항으로 가서 지리산 중산리로 간다. 오전 9시부터 천왕봉을 오르고 원점으로 하산하면 대략 오후 5시가 된다. 첫날 8시간 정도 산행을 한다. 한라산까지는 삼천포항에서 선박을 이용한다. 다음날 새벽 6시에 도착해 성판악에서 아침 7시부터 한라산에 오른다. 한라산 백록담에 올라 관음사로 내려오는 코스로 약 9시간을 산행하고 하산한다. 그 후 제주공항으로 가 비행기를 타고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해 속초에서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4시부터 마지막 설악산 대청봉을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뗀다. 마지막날 가장 긴 13시간의 산행이 끝나면 코리아 쓰리픽스 챌린지는 성공으로 마무리된다.
필자는 이 챌린지의 가이드로 총 세 번 참여해 40여명의 도전자를 만났다. 그러는 동안 참여자들의 공통점을 발견했다. 첫째 두려움. 처음 도전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모두 긴장한다. 한 번만 오르기도 힘든 산을 연속으로 올라야 한다니 두려움이 앞서는 건 당연하다. 둘째, 불안함. 산행 중 생길 예상치 못한 일들을 걱정하며 생긴 불안감으로 이것저것 챙겨 결국 아주 무거운 배낭이 된다. 셋째, 흥분. 도전이란 설렘으로 인해 첫 산행인 지리산에 오를 때는 불안함과 두려움보다 모두가 흥분한 상태가 된다. 흥분하다 보니 본인의 속도를 잊은 채 오버페이스를 한다. (그 흥분과 불안감을 막아줘 도전에 성공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 가이드의 역할이다.)
산은 희한하게 피드백이 확실한 곳이다. 경주마처럼 하나의 목표만 갖고 쉼 없이 급하게 오르는 사람보다 힘이 들 때쯤 잠시 쉬며 물 한 모금 마시고 주변 경관을 보며 여유를 갖는 사람에게 더 많은 감동을 준다. 이 도전은 오버페이스하지 않고 중간중간 쉬면서 물 한 모금의 여유를 갖고 올라야만 성공할 수 있는 아주 정직한 여행이다. 오버페이스하는 사람은 결국 몸이 망가졌거나 아예 포기해 도전에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많은 도전을 하게 된다. 도전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두려움, 불안함으로 걱정이 앞서는 반면 의욕이 넘쳐 초반에 온 힘을 다 써버리고 만다. 하지만 초반에 모든 힘을 쓴다면 앞서 말한 챌린지처럼 결국 마지막에는 몸이 망가지거나 도전에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최종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조급함을 갖지 말고 쉼을 느끼며 주변도 돌아보고 나만의 속도로 꾸준히 한발 한발 내디뎌야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쓰리픽스 챌린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