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높인 '가구담합'…한샘·현대리바트 등에 과징금 931억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2024.04.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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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전국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이 10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2024.01.15./ 사진=뉴시스 제공[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전국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이 10개월 연속 상승한 가운데 1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2024.01.15./ 사진=뉴시스 제공


아파트 등의 빌트인(built-in·붙박이) 가구 입찰에서 31개 업체가 10년 동안 담합행위를 벌였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적발됐다. 관련 매출액만 2조원에 달한다. 수년간 주택 분양가가 치솟은 데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공정위는 7일 이같이 담합한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931억원(잠정)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번 담합 행위에 가담한 기업은 △현대리바트 △한샘 △에넥스 △한샘넥서스 △넵스 △넥시스디자인그룹 △케이씨씨글라스 △현대엘앤씨 등 31개사다.

빌트인 특판가구란 싱크대·붙박이장처럼 신축 아파트·오피스텔에 설치되는 가구다. 그 비용은 주택 분양가에 포함된다.



국내 건설사들은 특판가구를 구매할 때 등록 협력 업체를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실시한다. 대체로 최저가 입찰 업체와 계약하는 경우가 많다.

조사 결과 총 31개 가구업체는 2012년부터 2022년까지 24개 건설사들이 발주한 총 738건 입찰에서 모임 또는 유선 연락 등을 통해 낙찰예정자·낙찰 순번 또는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 낙찰예정자·낙찰 순번은 주사위 굴리기·제비뽑기 등으로 결정했다.

이후 합의된 낙찰예정자는 이메일·카카오톡 등을 통해 들러리 사에 견적서를 전달하고 들러리 사는 견적서랑 금액 그대로 또는 일부 높여서 써내는 방식으로 실행했다.


또 낙찰확률을 높이거나 입찰 참가 자격을 유지할 목적으로 낙찰예정자를 명시적으로 합의하지 않고 견적서 교환을 통해 입찰가격만을 합의했다.

이 사건은 국내 주요 가구업체들이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 범위에서 이뤄졌다. 관련 매출액이 약 1조9457억원에 달한다. 특히 대다수 국민들의 주거 공간인 아파트의 분양가 상승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행위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입찰 담합'에 해당한다. 사업자별로 △한샘 211억5000만원 △현대리바트 191억2200만원 △에넥스 173억9600만원 △넵스 97억8500만원 △넥시스디자인그룹 49억5400만원 등 순으로 과징금이 부과됐다.

한편 해당 사건에 대해 공정위는 검찰의 고발요청에 따라 지난해 4월 8개 가구업체 및 12명의 전현직 임직원을 고발한 바 있다. 현재 형사재판 중이다. 이번에는 경쟁당국이 행정적 제재를 따로 진행한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는 장기간에 걸쳐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지속돼 온 특판가구 입찰담합을 제재한 사례로 이를 통해 가구 업계의 고질적인 담합 관행이 근절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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