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KT가 세운 5G 기지국 1586대, 제4이통사에 넘긴다

머니투데이 배한님 기자 2024.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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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페어몬트 엠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통신 사업 전략을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페어몬트 엠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통신 사업 전략을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KT (37,400원 ▼300 -0.80%)가 기존에 구축했던 5G 28GHz 기지국을 제4이통사인 스테이지엑스에 매각할 것으로 보인다. 주파수 반납 이후 특별한 활용처 없이 놀고 있는 기지국을 처분할 좋은 기회라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7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테이지엑스는 KT의 5G 28GHz 기지국 매입 논의를 진행 중이다.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는 머니투데이에 "이통3사 중 한 곳이 기존 5G 28GHz 기지국 판매 의사를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지엑스와의 협력은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는 KT 관계자의 말처럼 가격 제시 등 구체적인 논의는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양측의 매입·매수 의사는 확인한 셈이다.



이통3사가 구축한 약 5059대의 5G 28GHz 기지국 중 스테이지엑스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KT가 구축한 1586대뿐이다. 지난 1월31일 스테이지엑스가 획득한 5G 28GHz 주파수는 이통3사(SK텔레콤 (51,800원 ▼200 -0.38%)·KT·LG유플러스 (9,920원 ▼10 -0.10%))가 기지국 구축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지난해 반납한 2400MHz 중 KT가 할당받았던 800MHz(26.5GHz~27.3GHz 대역)이기 때문이다. 다른 주파수 대역을 활용했던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기지국은 스테이지엑스에게 무용지물이다.

KT의 5G 28GHz 기지국 매매가 성사되면 KT와 스테이지엑스 모두에게 윈-윈(win-win)이다. KT 입장에서는 지난해 11월 주파수 할당 취소 후 놀고 있는 기지국을 팔 기회다. 스테이지엑스가 구매하지 않으면 매몰비용처리 해야 하는 고철 덩어리가 된다.



스테이지엑스 입장에서는 1600개에 가까운 기지국을 한번에 확보할 기회다. 빠르게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일 "내년 상반기부터 28GHz 핫스팟 지역에서 기존 5G보다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데이터 과금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며 "지하철의 28GHz 백홀 와이파이 구현을 위한 기지국 설치를 우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지하철역 218곳에는 이통3사가 공동 구축한 5G 28GHz 백홀 와이파이용 기지국이 총 1526대 설치돼 있는데, 이 중 3분의 1인 약 500대가 KT 몫으로 알려졌다. 이 기지국을 확보하게 되면 스테이지엑스는 5G 28GHz 서비스 개시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관건은 스테이지엑스가 이렇게 확보한 기지국이 '의무구축분'에 포함될 수 있느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에 3년 내로 최소 6000대의 28GHz 기지국을 구축하도록 했다. 이통3사 의무구축분(1만5000대)보다 대폭 축소된 규모지만, 중소사업자인 스테이지엑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5G 28GHz 기지국 구축 비용은 대당 약 2000만원으로 알려졌다. 6000대를 모두 설치하려면 최소 1200억원이 필요하다.

만약 과기정통부가 이렇게 구매한 기지국을 의무구축분으로 인정해 준다면 스테이지엑스는 기지국 투자비용을 아낄 수 있다. KT가 보유한 기지국을 모두 판다면 전체 의무구축분의 4분의 1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과기정통부의 입장은 스테이지엑스가 구매한 기지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김경만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국장)은 "제4이통사인 스테이지엑스는 이제 기간통신사업자로서 국내 네트워크 전체에 새로운 설비를 투자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며 "기존 기지국 장비를 뜯어서 추가 투자 후 자신들의 망을 새롭게 구축한다는 의미라면 (의무구축분으로 인정할 지 말지) 해석의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KT가 구축한 기지국을 그대로 단순 활용만 한다면 의무구축분으로 인정해주기 힘들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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