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해결 먼저' 한미 일가 화합…송영숙·임종훈 공동대표 체제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4.04.04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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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임종윤, 임종훈 한미약품 장차남./사진=뉴시스 /사진=황준선사진 왼쪽부터 임종윤, 임종훈 한미약품 장차남./사진=뉴시스 /사진=황준선


한미약품 (316,500원 ▼2,000 -0.63%)그룹과 OCI (94,300원 ▼2,400 -2.48%)그룹의 통합을 두고 대립했던 모녀 송영숙 회장·임주현 부회장과 형제 임종윤·종훈 사장이 상속세 해결을 위해 당분간 화합할 것으로 보인다. 송영숙 회장과 차남 임종훈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34,000원 ▼600 -1.73%) 공동대표를 맡는다.

4일 오전 한미사이언스는 서울시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임종훈 사내이사를 신규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기존 대표이사였던 송영숙 회장 해임안이 상정되거나 자진 사임하는 일도 없었다. 송영숙 회장과 임종훈 사장이 함께 대표이사로 운영하는 공동대표 체제를 결정했다.



길었던 모자의 갈등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한시적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분간 회사 내부의 혼란을 막기 위해 화합하자는 취지다. 구체적인 기한은 밝혀지지 않았다.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역시 자연스럽게 함께할 것으로 예측된다. 업계 관계자는 "모친 송 회장과의 화해 분위기인데 임주현 부회장과 거리를 둘 일은 없어 보인다"며 "당분간 가족 간의 화합을 강조할 듯하다"고 전했다.

공동대표가 장남과 모친이 아닌 차남과 모친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갈등 당시 '과거부터 경영권 분쟁이 있었다'며 날을 세웠던 장남과 달리 차남인 임종훈 사장은 지난달 22일 기자회견까지 직접적인 의사 표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에도 임종훈 사장은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며 "저희 형제가 가족과 합쳐서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가족 갈등 고발에 가장 소극적이었던 임종훈 사장이 모친과 소통하면서 갈등을 봉합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는 오너일가의 가장 큰 문제인 상속세 해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가족에게 부과된 상속세는 약 5400억원으로 이 중 약 2700억원이 남았다. 상속세 납부 기일은 이달 말이다. 상속세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당분간은 오너일가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임 형제가 공언했던 1조원 투자의 출처도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선 해외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협력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형제 측은 지분 매각에 대해선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다.


이날 이사회에선 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기주식 156만여주를 소각하기로 의결했다. 이 밖에도 △회사 업무·직급·보상 체계 변경과 구축 △임직원 복지·교육 지원팀 신설 등 안건도 논의했다. 구체적 사항은 다음 이사회에서 결정하기로 했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이번 이사회를 기점으로 한미그룹은 주주와 임직원, 고객이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는 기업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매진할 것"이라며 "주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한미'의 새 모습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한미사이언스는 주주제안을 통해 한미약품 임시 주총을 개최할 예정이다. 한미약품 이사진은 기존 이사진 박재현 대표이사, 서귀현 사내이사, 박명희 사내이사, 윤도흠 사외이사, 김태윤 사외이사, 황선혜 사외이사, 윤영각 사외이사에 형제와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등 4명을 추가해 10명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다만 박재현 대표이사와 임종윤 사장의 공동대표 체제는 확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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