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두고 "의사 부족 탓" "경증환자 탓" 정부-의사 왜 다를까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4.0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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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 의사들 반박
증원 규모, 의료계 문제 원인, 고령화 대비책 '입장 차' 커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이 51분간 1만 자가 넘는 방대한 양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후에도 의사집단 사이에선 부정적인 기류가 감돈다.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돌아오지 않은 데다, 대학병원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개원의 진료 시간 단축도 이어져서다. 이런 가운데 4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방재승)는 '4월 1일 대통령 담화문에 대한 팩트체크'란 제목으로 윤 대통령의 담화문 내용에 대해 19페이지 분량으로 조목조목 반박했다. 의대 증원 필요성을 두고 정부와 의사집단 간 어느 지점에서 의견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 분석했다.

응급실 뺑뺑이 두고 "의사 부족 탓" "경증환자 탓" 정부-의사 왜 다를까


쟁점 1.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적합한가?
정부 "의대 증원 2000명은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다.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다. 37차례에 걸쳐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해왔다."



의사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의 근거로 활용한 연구보고서 3개의 책임 저자들은 모두 지난달 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매년 2000명씩의 급격한 증원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복지부와 의료계는 28차례 만났으며, 의대 정원 규모에 대한 논의는 한 번도 없었다는 게 이미 보도됐다."

정부 "의료인력을 하루아침에 양성되지 않는다. 전문의가 10년 후에 나오므로 20년 후에야 2만 명이 더 늘어난다."



의사들 "병원을 떠난 전공의가 1만 명이 넘는다. 10년 뒤 비로소 늘어날 전문의 2000명을 위해 지금부터 10년 넘게 필수의료에 종사할 의사 1만 명을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쟁점 2. 응급실 뺑뺑이, 원인은 의사 부족?
정부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 개혁은 국민 여러분을 위한 것이다. 촌각을 타투는 환자들이 응급실을 찾아 뺑뺑이를 돌다가 길에서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의사들 "응급실 뺑뺑이의 주원인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닌, 의료 전달 체계의 문제다. 응급실 병상을 중증 환자가 아닌 경증 환자가 차지하고 있어 응급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부족하다."


정부 "결국 급증하는 의료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이 발생하는 것이다. 의사 1명이 너무 많은 환자를 진찰해서, '3분 진료'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의사들 "의료 전달 체계, 저수가 체계, 높은 의료사고 부담, 행위별 수가제, 지역 인구 소멸 등 의료 시스템과 사회 시스템의 문제가 수십년간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현상을 '급증하는 의료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라고 단순화할 수 없다."

쟁점 3. 고령화 대비하려면 의사 수 늘려야?
정부 "미래를 생각하면 더 심각하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고령인구 비중은 7%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0%이고, 2035년에는 30%에 육박한다. 65세 이상 노인들은 30~40대 대비 11배의 입원 서비스를 이용한다. 고령화율이 30%에 달하는 일본은 입원 환자의 평균 입원 일수가 OECD 평균의 3배를 넘는다."

의사들 "고령화한 일본도 2008년 이후 의대 정원을 늘렸으나 의사를 늘려도 지역별, 진료과목별 의사들의 쏠림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의료비만 증가해 2018년부터 의대 정원을 동결·감축으로 전환했다. 이웃 나라에서 이미 경험한 시행착오를 우리나라가 왜 다시 반복해야 하나?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의료수요가 의사 수 증가로 해결될까? 준비 부족 상태에서의 급격한 의대생 증가는 의대 교육의 질과 의료 수준을 떨어뜨리고, 불필요한 의료수요를 창출해 의료비만 높일 것이다."

정부 "의사 고령화도 심각한 문제다. 2022년 6.8%인 70대 이상 의사 비중이 2035년에는 19.8%에 이르게 된다. 의사들의 근로 시간도 줄어들고 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의사 근로 시간은 평균 12%, 전공의 근로 시간은 평균 16% 감소했다. 이에 더해 고령화에 따른 보건 산업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당연히 의사가 더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지난 27년 동안 의대 정원을 단 한 명도 늘리지 못했고, 오히려 줄었다."

의사들 "그러나 우리나라의 인구 1000명당 활동 의사 수는 2006년 1.82명에서 2022년 2.61명으로 약 1.5배 증가했다. 의사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OECD 회원국의 연평균(0.5% 증가)과 비교해 한국은 연평균 3.1% 증가로 6배 이상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3년 대비 2021년 의원당 외래 환자 수는 줄었으나, 의사 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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