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BIS·연준 등과 '아고라 프로젝트'…"해외송금 비용·시간 낮춘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4.04.0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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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서울=뉴스1) 박지혜 기자


"24시간 1주일 내내 이메일(전자우편)처럼 실시간으로 돈을 해외송금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가능해집니다."

한국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주요 기축통화국 중앙은행 등과 함께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국가간 지급결제 개선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른바 '아고라 프로젝트'다.



한은은 3일 BIS, 미국·영국·일본·프랑스·스위스·멕시코 중앙은행, 국제금융협회(IIF)와 공동으로 민간-공공 협력 프로젝트인 아고라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고라 프로젝트는 토큰화된 예금 및 기관용 중앙은행 화폐를 활용해 통화시스템의 개선 가능성을 모색하는 게 골자다.



특히 그간 각국이 진행해 온 국내 사례 중심의 실험을 넘어 해외송금 등 국가간 지급결제 문제점을 해결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지 살펴볼 계획이다.

현행 국가간 지급결제는 상이한 법률과 규제, 기술 준수요건, 표준시간대 차이 등 문제로 높은 비용과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아고라 프로젝트 출발점은 지난해 BIS가 제시한 통합원장 개념이다. 현 금융체계를 흔들지 않으면서 블록체인 등 기술을 활용해 현행 지급결제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으로 토큰화 된 예금을 통해 나라마다 다른 지급결제시스템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앞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BIS 사무총장이 지난해 11월 '디지털 원(Digital Won)'이라고 표현한 한은의 CBDC 실거래 테스트 역시 통합원장개념의 한 사례다.


윤성관 금융결제국 디지털화폐연구부장은 "현재는 해외송금을 할 때 각국의 지급결제시스템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나라별로 지급결제시스템 운영시간도 다르고 표준시간대도 달라 실시간으로 자금 이체가 어려웠다"며 "아고라 프로젝트를 통해 시스템이 통합되면 송금 속도도 빨라지고 비용도 절감되는 측면에서 혁신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해외송금뿐 아니라 무역거래에서도 수출입대금 결제 등에 혁신이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미국 등 5대 기축통화국이 참여하면서 프로젝트의 실효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윤 부장은 "현재 해외송금은 실질적으로 미 달러화가 많이 사용된다"며 "단순 개념검증 수준이 아니라 미국이 우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을 실질적으로 논의할 장이 마련됐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BIS와 7개 중앙은행, IIF는 개념검증(Poc) 단계를 넘어 실거래 구현 전 단계인 프로토타입(초기 시제품)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BIS와 IIF는 프로젝트 참가국 민간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참여 모집공고를 낼 예정이다.

윤 부장은 "프로토타입이 만들어지면 추후 실거래 테스트도 충분히 가능하다"면서도 "다만 현재 시점에선 실거래 테스트에 대해 합의된 것은 없고 어느나라도 (실거래 테스트를) 하자고 이야기하진 않아서 추후 실거래 테스트 여부를 말할 순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금융인프라를 위한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작업에 한국이 처음부터 참여한 데 대해 긍정 평가가 나온다. 이창용 한은 총재 취임 이후 한은은 토큰화된 예금을 활용한 CBDC 연구·개발에 많은 공을 들여왔고 그 성과를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 한은은 금융당국과 함께 오는 4분기 중 일반인 10만명을 대상으로 CBDC 실거래 테스트에 착수할 예정이다. 은행이 디지털 바우처 기능이 부여된 예금토큰을 발행하면 이용자가 이 예금토큰으로 물품 등을 구매하고 사용처에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김동섭 한은 디지털화폐기획팀장은 "실거래 테스트를 위한 시스템 개발 입찰과 개발에 착수해 잘 진행되고 있다"며 일정 변경 없이 잘 진행되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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