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성과급→"당장 안 잘린 게 다행"…연봉 쪼그라든 증권맨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방윤영 기자 2024.04.0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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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그래픽=조수아주요 증권사 직원 1인당 평균 급여/그래픽=조수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업무를 맡으며 억대 성과급을 받았던 증권사 직원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6개월 계약 연장 통보를 받았다. 보통은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하는데 기간이 단축된 것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실적 부진의 여파로 성과급도 대폭 줄었다. A씨는 "당장 잘리지 않고 연장된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억대 연봉을 받던 직원들의 급여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등 실적이 부진한 부서를 중심으로 구조조정도 이뤄졌다. 올해도 증권업계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다. 지속되는 실적 부진 우려에 '증권맨=억대 연봉'이라는 공식도 옛말이 됐다는 푸념이 나온다.



3일 기준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공시된 12월 결산 증권사 26곳의 임직원 급여를 분석한 결과 1인당 평균 급여는 1억31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1.3% 감소했다.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는 임원(미등기 임원 기준) 역시 전년 대비 24.4% 감소한 평균 3억9100만원을 수령했다. 등기임원의 1인당 평균 급여는 4억3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었다.

2022년에는 평균 연봉 2억원이 넘는 곳이 BNK투자증권(2억2800만원) 부국증권(2억2600만원) 메리츠증권(2억원) 등 3곳이었지만 지난해에는 한 곳도 없었다. 평균 급여가 가장 높은 회사는 부국증권으로 전년 대비 14.2% 감소한 1억9400만원을 기록했다. 메리츠증권은 전년 대비 8.5% 줄어든 1억8300만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2022년 평균 연봉 1위였던 BNK투자증권은 지난해 1억3900만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전년 대비 감소율은 39%로 증권사 중 가장 삭감폭이 컸다.



다올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은 평균 1억3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7%. 21.1%, 13.8% 줄었다. KB증권, 한양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등은 평균 1억3000만원선으로 나타났다.

평균 연봉 1억원이 안되는 증권사도 있었다. IBK투자증권은 2022년 평균 급여가 1억1000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9900만원으로 감소했다. 상상인증권은 8700만원, 유화증권은 4400만원이었다.

기본급보다 성과급 비중이 높은 증권업계 보수체계 특성상 증권사들의 실적 부진이 급여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0개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3조5569억원(일회성 이익인 배당금수익 2조2000억원 제외)으로 전년 대비 20.2% 감소했다. 증시 침체로 실적이 반토막 났던 2022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익이었다. 직원 급여 역시 2년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2022년 실적 부진의 원인은 주가 하락에 따른 거래대금 감소였는데 지난해에는 부동산 PF 영향이 컸다. 미분양 사업장이 늘고 자금 회수가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대부분 증권사들은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을 쌓아야 했다. PF 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들 역시 성과급이 대폭 깎였다.

사업부문별 급여를 살펴보면 부동산 PF 등이 포함된 IB(투자은행) 담당 직원의 지난해 급여는 평균 1억8900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다. 리테일 평균 급여가 전년 대비 7.9% 줄어든 1억3200만원으로 IB의 급여 감소폭이 더 컸다.

성과 부진에 따른 구조조정도 있었다. 지난해 26개 증권사의 총 직원수는 3만4659명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부동산 PF 문제가 컸던 다올투자증권은 직원수가 2022년 502명에서 지난해 말 366명으로 27.1% 줄었다. 정규직과 계약직 모두 같은 비율로 감소했다.

한양증권(-9.4%, 이하 전년 대비 직원수 증감율) 부국증권(-8.6%) 이베스트투자증권(-7.7%) SK증권(-7%) 하이투자증권(-6.7%) 대신증권(-4.4%) DB금융투자(-4.1%) 등에서도 직원수 감소가 나타났다. 대개는 정규직보다 계약직 위주로 줄었는데 PF 부문 구조조정의 여파로 풀이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부동산 PF나 IB 업무는 보통 팀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는 경우가 많다"며 "성과를 내지 못하면 회사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거나 스스로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증권사에 부동산 관련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직원은 성과가 잘 나올땐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기도 하지만 성과가 안 나면 바로 짐을 싸야 한다"며 "올해 증시 여건과 증권사 실적에 따라 급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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