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있는 현금만 1.3조..이유있는 영원무역의 "밸류다운"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24.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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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대해부(26) 영원무역

편집자주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계기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오히려 프리미엄으로 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릅니다. 짠물배당, 소액주주에게 불리한 지배구조 재편, 밸류트랩 같은 주가 역선택 등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한국 기업들의 본질가치가 재조명되고 주가수준도 한단계 레벨업 될 것입니다.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을 밸류업 종목들의 현황과 디스카운트 요인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서울=뉴시스] 영원아웃도어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에 눕시 팝업존을 열었다고 5일 밝혔다. 사진은 모델들이 1996 워터 쉴드 눕시 재킷을 선보이는 모습. (사진=노스페이스 제공) 2023.12.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서울=뉴시스] 영원아웃도어의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가 명동 플래그십 스토어에 눕시 팝업존을 열었다고 5일 밝혔다. 사진은 모델들이 1996 워터 쉴드 눕시 재킷을 선보이는 모습. (사진=노스페이스 제공) 2023.12.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안정적인 사업 구조, 매우 우수한 재무안정성에도 비교 기업들 대비 주가가 현저히 낮게 평가되는 의류업체가 있다.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파타고니아 등 탄탄한 글로벌 브랜드를 거래처로 갖고 있는 의류 OEM(위탁생산)업체인 영원무역 (33,800원 ▼1,450 -4.11%)이다. 최근 기저효과로 인한 역성장과 자회사 이슈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저평가의 핵심은 주주환원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이 1조3000억원에 달하는데도 배당성향은 업계 최저 수준이고 별다른 주주환원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업황 부진 터널을 지나 하반기 성장을 재개할 것으로 내다보며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밸류업' 흐름을 무시할 경우 저평가를 벗어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6.8만원→4만원, 9개월만에 반토막난 주가...실적은 회복된다
최근 1년간 영원무역 주가 추이/그래픽=조수아최근 1년간 영원무역 주가 추이/그래픽=조수아
4일 증시에서 영원무역은 전일 대비 1.5% 떨어진 3만9700원에 마감했다. 영원무역은 지난해 8월 52주 최고가인 6만7900원까지 올랐다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4만원대까지 내렸다. 올 들어 저(低) PBR(주가순자산비율) 기업을 중심으로 한국증시 밸류업 열풍이 불었지만 영원무역은 밸류다운을 고집하는 회사다.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지난해 상반기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호실적을 기록했던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재고 조정 사이클 영향을 뒤늦게 받으며 시장 예상을 하회하는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 자회사 스캇 부진이 길어지는 점 역시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올 1분기 매출액 컨센서스(전망치)는 7376억원으로 전년대비 12.25%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973억원으로 41.7%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핵심 사업인 OEM은 고객사 재고조정 영향과 기저효과로 오더가 감소했고 해외 자전거 자회사인 스캇도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지난해 스캇은 영업이익이 66% 급감했다.

특히 스캇 관련 감사의견 형성을 위한 충분한 감사 증거를 제출받지 못해 감사보고서를 규정 시한보다 늦게 제출하게 되면서 주주들의 우려가 커졌다. 지난달 28일 감사보고서는 제출됐지만 스캇의 실적, 재무 안정성 등의 불확실성이 대두됐다. 다만 영원무역의 사업 안정성이나 현금 흐름, 재무구조 등을 감안했을 때 문제가 커질 가능성은 낮다.

실적 역시 지난해 4분기 저점을 찍고 반등할 것이란 예상이다. 사업 경쟁력이 여전히 강력한데다 든든한 글로벌 고객사가 있기 때문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업황 사이클 상의 문제여서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스캇도 팬데믹 기간 동안 급증한 수요로 재고 부담이 늘었지만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당 오히려 줄였다...역행하는 주주환원
영원무역 배당금 추이/그래픽=이지혜영원무역 배당금 추이/그래픽=이지혜
문제는 주주환원이다. 낮아진 실적 눈높이를 감안하더라도 업종 평균 대비 주가가 낮은 수준이다. PER(주가수익비율)은 3.9배,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6배에 그친다. 저평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전이 필요하지만 영원무역은 오히려 밸류업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영원무역은 2023년 결산 배당을 주당 1300원으로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570억원. 2022년 1500원, 671억원이었던 데 비해 주당 배당금도 전체 배당금 규모도 줄었다. 지난해 매출,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배당금 규모를 줄인 것이지만 배당성향은 11%에 그친다. 한세실업(18%), F&F(15%), LF(24%) 등 의류업종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배당 외에 다른 주주환원 움직임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다른 의류업체들이 자사주 환원 등 구체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으며 정부의 기업 밸류업 기조에 동참하고 있는 것과 다른 행보다. LF, 한섬, F&F 등은 자사주 취득·소각 등을 포함한 주주환원 계획을 발표했다. 반면 올 주주총회에서도 영원무역과 모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형권훈 SK증권 연구원은 "영원무역은 국내 비교그룹에 비해 지독하게 저평가를 받고 있는데 스캇의 실적 부진도 한 몫 했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주주환원율"이라며 "실적 부진으로 주가가 부진한 현 시점이 오히려 적극적인 주주환원이 가장 필요한 시기"라고 지적했다.

탄탄한 재무구조, 주주환원 여력 충분하지만 문제는 '의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단기 유동성 자산을 감안하면 주주환원 여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영원무역의 현금성자산은 8900억원, 단기금융상품도 4780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회사의 의지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영원무역과 모회사인 영원무역홀딩스는 B2B(기업간거래), 수출기업 특성상 주주환원에 대한 니즈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승계 과정에서 주가 부양에 대한 필요성도 낮았다. 창업주 성기학 영원그룹 회장에서 성래은 영원그룹 부회장으로 경영승계를 위해 지난해 배당 정책을 바꾸며 주가 하락을 유도했다는 의심도 샀다. 다만 지난해 성 부회장이 영원무역홀딩스 최대주주인 YMSA 지분 50.1%를 확보하며 승계 절차가 어느정도 마무리된 상황이어서 주주환원 기조의 변화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향후 본격화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이 변화의 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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