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입법 과제도 밀려있는데…'총선 청구서' 날아온다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24.04.03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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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강원 원주시 단구동 롯데시네마앞에서 박정하·김완섭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사진=이덕화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강원 원주시 단구동 롯데시네마앞에서 박정하·김완섭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사진=이덕화


고물가·고금리로 내수가 위축되는 등 서민경제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부가 올해 추진키로 한 주요 민생대책이 표류하고 있다. 이중에는 상반기에만 한시 적용되는 정책들도 있는데 1분기가 지나도록 정책 추진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대규모 재정 손실이 불가피한 각종 민생공약을 쏟아내고 있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진다.

3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정부가 경제정책방향, 민생토론회 등을 통해 제시한 민생대책 후속 법안들이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상반기 신용카드 사용금액 소득공제 확대 △노후차 개별소비세 올해 한시 인하 △상반기 전통시장 소득공제율 상향 등을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이들 법안은 정부가 추진한 또다른 경제 및 투자활성화 법안들과 맞물려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지원 강화, 일반분야 연구개발(R&D) 투자증가분 세액증가분 상향 등과 함께 야당의 '감세' 프레임에 갇혀 논의 진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여당도 처리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정부는 총선 이후 이른바 '땡처리 국회'로 불리는 다음달 21대 마지막 국회에서 민생법안 처리를 재시도할 계획이다. 적어도 민생법안들은 21대 국회 내 처리해 소급적용이 필요한 부분은 소급적용하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총선 직후 재편된 정치지형에 따라 법안 처리가 또다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22대 국회가 열리면 법안을 새로 발의해야 한다. 국회 원(院) 구성에 걸리는 시간 등을 감안하면 9월은 돼야 제대로 된 법안 심사가 가능할 전망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제주도사진기자회) /사진=(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6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끝난 뒤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스1(제주도사진기자회) /사진=(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이런 가운데 총선 과정에서 여야 할 것 없이 각종 민생공약을 쏟아내면서 정부의 고민은 깊어진다. 공약 대부분이 대규모 재정부담을 가져오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 "기재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총선을 앞두고 쏟아진 공약, 즉 숙제를 총선 이후에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예컨대 국민의힘은 △5세부터 무상교육 △초등학생 예체능 학원비 세액공제 도입 △생활필수품 및 출산·육아용품 부가가치세 인하 △부가가치세 간이과세 기준 2억원으로 상향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전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근로소득 세액공제 공제기준 및 한도 상향 △근로소득자 체육시설 이용료 세제혜택 △자녀 예체능 교육비 세액공제 등을 제시했다.

이들 공약은 모두 예산을 동원하거나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 사안으로 상당한 규모의 재정부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예컨대 올해 3조2000억원 수준의 예산이 책정된 누리과정 지원금의 경우 여당 공약대로 만 5세부터 3∼4세까지 단계적으로 월 28만원(유치원 기준)에서 55만원으로 인상하면 6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 민주당의 전국민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은 약 13조원으로 추정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단과 면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사진=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대표단과 면담을 하고 있다./사진제공=기획재정부 /사진=
출범 이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는 '건전재정' 기조를 견지해 온 정부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들 공약을 실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정부가 올해 초 대규모 감세정책을 내놓은 것이 향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 정부는 세금을 깎아주면 그만큼 소비·투자가 늘어 경기가 회복돼 외려 세수가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논리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을 주장하며 물가 자극 부작용은 일부이며 소비가 늘어 결과적으로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한정된 재원 범위 안에서 공약을 따져보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내심 속앓이를 하는 모습이다. 최 부총리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여당과 야당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다"며 "재원 범위 안에서 어떤 게 효과적인지 나중에 모아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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