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정규돈 CTO 임명 강행…준신위 위상 '삐긋'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4.04.03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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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 /사진=카카오(왼쪽)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와 김소영 준법과신뢰위원회 위원장. /사진=카카오


카카오 (49,200원 ▲900 +1.86%)가 윤리경영 감시를 위한 외부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의 '평판 리스크 관리방안' 권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경영진 선임을 강행했다.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 쇄신 의지를 드러내며 준신위에 권한을 실어주기로 한 지 4개월만에 벌어진 일이다. 준신위의 권위가 추락하는 만큼 카카오의 전사적 쇄신작업도 난관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3일 카카오 준신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달 14일 준신위가 권고한 '주요 경영진 선임 시 평판리스크 관리방안 수립'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상태다. 준신위는 지난달 스톡옵션 '먹튀 논란'으로 구설에 오른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25,300원 ▲500 +2.02%) CTO(최고기술책임자)가 카카오의 새 CTO로 내정된 사실이 알려지자 전체회의를 소집한 뒤 "카카오의 신규 경영진 선임 논란과 관련해 개선방안을 수립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준신위의 권고는 정규돈 CTO 논란 등 이미 발생한 평판 리스크에 대한 해결방안과 함께 향후 유사한 평판 리스크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앞서 2월 20일 준신위가 처음으로 내놓은 권고안에는 책임경영, 윤리적 리더십, 사회적 신뢰회복 등에 대한 이행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시했다.

카카오가 준신위 권고에 대한 이행방안을 수립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 CTO에 대한 임명을 지난 1일 강행하면서 '준신위 패싱'이 아니냐는 우려가 카카오 안팎에서 나온다. 준신위 관계자는 "이행방안을 준신위에 제출하라는 내용도 권고문에 포함했다"며 "카카오에서 관련된 준비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언제쯤 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준신위는 카카오의 윤리·준법경영 시스템을 지원하고 감시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만들어졌다. 김범수 창업자가 준신위 설립을 직접 지시했다. 당시 김범수 창업자는 김소영 전 대법관을 준신위 위원장으로 위촉하면서 "나부터 준신위 결정을 존중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계열사의 행동이나 사업에 대해서는 대주주로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책임을 묻겠다"며 전권을 실어줬다.

하지만 김범수 창업자의 쇄신 의지와 준신위에 대한 권한 부여에도 불구, 카카오가 준신위 권고사항에 대한 이행 없이 정 CTO의 임명을 강행하면서 설립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아울러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스톡옵션 대량매도라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카카오 내부의 윤리 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준신위의 권고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시점이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수주 내로 주요 경영진 평판리스크 관리방안을 수립해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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