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25년 만의 강진에 최소 4명 사망…"TSMC 재가동 비용 클 것"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2024.04.03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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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 7.2 강진으로 TSMC 일부 생산라인 폐쇄

3일(현지시간) 대만 강진 여파로 타이베이 중산로에 위치한 한 건물이 기울어져 있다./AFPBBNews=뉴스1 3일(현지시간) 대만 강진 여파로 타이베이 중산로에 위치한 한 건물이 기울어져 있다./AFPBBNews=뉴스1


3일(현지시간) 오전 규모 7.2의 강진이 대만을 강타해 진원지와 인접한 화롄 시에서 최소 4명이 숨지고 97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대만 소방당국은 화롄, 이란, 타이베이, 뉴타이베이, 지룽 등 지역에서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규모를 파악 중이다.



대만 소방당국은 이번 지진으로 건물 26채가 지지력을 잃고 기울거나 붕괴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발표했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천장 구조물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아직까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만 국부 장제스 전 총통을 기념하는 중정기념관에서도 구조물이 떨어지는 등 피해가 있었다.

영국 가디언 소속 치후이린 기자는 지진 당시 화롄에 있었다면서 "화롄 주민들은 강진을 이따금씩 겪었기 때문에 집안 가구, 집기를 단단히 고정해둔다고 인근 호텔에서 들었다"며 "이날 지진이 처음 발생했을 때 주민들은 당장 대피하기보다 지진이 사그라들기를 기다렸다고 한다"고 전했다. 또 지진 당시 운전 중이었다는 인근 노점 주인으로부터 "산에서 돌이 많이 굴러떨어졌다"는 말을 들었다고도 했다.



이번 지진의 진원지는 화롄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해상에 위치했다. 수도 타이베이에서는 138km 떨어진 곳이다. SCMP는 대만 현지에서 촬영된 영상 중에는 주민들이 대피하는 동안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다 붕괴하는 장면이 담긴 것도 있었다고 했다. 지진 직후 대만 곳곳에서 정전이 보고됐으나 이날 오전 10시30분 기준 대부분 복구됐다고 한다.

이번 지진으로 대만 TSMC 반도체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화롄에 12인치 팹(생산시설)을 두고 있는 TSMC는 일부 생산라인을 부분적으로 폐쇄하고, 직원을 대피시켰다. 이날 지진의 피해 구역인 타이베이와 타이중, 장화, 타오위안은 대부분 TSMC의 팹이 있는 지역이다. TSMC는 안전 시스템은 정상이며,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공장을 순차적으로 정상 가동시키겠다고 밝혔다. TSMC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TSMC 화롄 팹은 2022년에도 6.6의 강진으로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당시 TSMC는 명확한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잠시라도 멈추면 라인에 투입된 웨이퍼와 소재를 폐기해야 하는 반도체 팹 특성을 고려하면 큰 피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TSMC는 이미지 손상을 우려해 피해 규모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중단됐던 공정을 재가동하는 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 당선인은 군을 화련 지역에 투입해 구호 작업을 도울 것이라고 했다. 또 후속조치를 위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비상대책센터를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당장 쓰나미로 추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미국 해양대기청 산하 태평양지진해일경보센터는 지진 발생 2시간 후 "쓰나미 위험은 거의 넘겼다고 본다"고 밝혔다. 일본 기상청도 높이 3m 규모의 쓰나미가 닥칠 수 있다고 예보했다가 높이 1m로 수정했다. AP통신은 일본 도서 해안에서 높이 30cm 정도의 파도가 관측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대만중앙기상서는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사나흘 내로 진도 6.5~7 규모의 지진이 재차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만 지진은 1999년 발생한 규모 7.6 강진 이후 가장 강력한 것으로 조사됐다. 1999년 지진 당시 2400명이 숨지고 건물 5만 채가 붕괴됐다. 대만은 이 사건을 계기로 내진 설계 등 안전기준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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