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바이든·'만만디' 시진핑의 전화통화…밀당의 끝은?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2024.04.03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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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대선 앞두고 성과 급한 미국
정상 통화서 '마약·군사협력 강조',
4일부터는 옐런 장관 중국 방문…
시진핑은 "셔츠 첫 단추 잘 끼우자"

[우드사이드=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 내 정원을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두 정상은 대만 갈등 이후 중단됐던 양국 간 고위급 군사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2023.11.16. [우드사이드=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파이롤리 에스테이트 내 정원을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두 정상은 대만 갈등 이후 중단됐던 양국 간 고위급 군사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2023.11.16.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한국시간 2일 밤 지난해 11월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 이후 처음 전화통화를 한 가운데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에게 던진 메시지가 눈길을 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실질적 성과물 도출에 마음이 급한 미국의 상황과 상대적으로 시간을 끄는 밀고당기기를 통해 제재 해소 등을 이끌어내겠다는 중국 측의 입장이 대비된다.

백악관은 이날 정상 간 통화 직후 배포한 자료를 통해 "두 정상은 협력분야를 포함해 이견을 보이는 분야에서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가졌다"고 자평했다. 마약 및 군사분야 협력, AI(인공지능) 위험 해결 방안, 기후변화 대응, 인적교류 노력 등이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의 법치와 항행의 자유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한반도와 함께 전쟁 발발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되는 곳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다. 중국의 팽창을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력이 막는 구조로 힘의 균형이 유지되고 있다.

미국 현지에선 양측 정상의 통화 내용을 종합할 때 샌프란시스코 회담 이후 미국 측이 계속해서 실질적 성과 도출에 매달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된 상황이다. 이전에 중국과의 관계에서 결과물을 도출하는 게 최상의 수다.



샌프란시스코 회담 이후 지속 언급되고 있는 마약 문제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시한폭탄 같은 사회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분류된다. 중국과 의미있는 해결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면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미중 간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군사 분야에서 변곡점이 될만한 결과물 도출도 미국 입장에선 대환영이다.

전화 통화에 곧바로 이어지는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최근 태양광과 전기차 등 연이어 중국 불공정 무역 관행을 지적하고 있는 옐런 장관은 4일 중국 광저우에 도착해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회동하고 이후 베이징에서 란포안 중국 재정부장, 판공성 인민은행 총재 등을 연이어 만난다. 방중 결과는 8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힐 예정이다.

미국의 급한 마음을 잘 알고있는 중국은 일단 '만만디'(慢慢地·서두르지 않고 느긋함) 전략이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에서 시 주석은 지금의 미중 상황을 '셔츠의 첫 번째 단추'에 비유했다. 이제 막 뭔가가 시작됐을 뿐, 마지막 단추 격인 양측 간 합의나 정책적 결과물 도출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두 대국은 관계를 끊거나 서로 등을 돌리거나, 갈등 및 대결에 빠져서는 안 되며 상대를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며 "이런 전략적 상황에 대한 인식 문제는 셔츠의 첫 번째 단추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미 관계의 기본"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한 술 더 떠 올해 중미 관계에서 "평화를 소중히 여기고 안정성과 신뢰성이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성과물을 도출하기 전에 꼭 필요한 대화의 기반이 조성되지 않았고 이를 구축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약속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입증할 것을 요구했다.

(노크로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노크로스에 있는  태양광 모듈 업체 서니바를 방문해 “중국의 전기차 및 태양광 산업의 과도한 생산 확대가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 3. 28  /AFPBBNews=뉴스1(노크로스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이 27일(현지시간) 조지아주 노크로스에 있는 태양광 모듈 업체 서니바를 방문해 “중국의 전기차 및 태양광 산업의 과도한 생산 확대가 세계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2024. 3. 28 /AFPBBNews=뉴스1
느긋한 척하는 중국이지만 속내는 미국 못잖게 급하다. 미국이 중국에 가하고 있는 반도체 등 첨단기술 규제와 무역규제는 갈 길 바쁜 중국 경제에 큰 걸림돌이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의 규제는)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생성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호혜협력을 모색하고 중국의 발전 이익을 공유할 의향이 있다면 중국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의 발언에 대해 신화통신은 "미국이 중국의 기술 개발을 억제하고 합법적 개발권을 박탈한다면 가만히 안장 지켜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마냥 끌려올 미국이 아니다. 중국이 제대로 응하지 않으면 보다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도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카드다. 중국이 마냥 만만디로 끝까지 일관하기는 어렵다는 거다.

이 가운데 미중 간 가장 민감한 문제이며 언제든 도화선이 될 수 있는 양안(중국~대만 간) 관계가 대만 대선 이후 우려에 비해 안정을 찾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소다. 특히 이날 오전 대만에서는 25년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했다. 중국 정부는 이와 관련해 오전 현재 아직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지원 발표나 우호적 메시지가 나올 경우 양안 간 긴장감은 한층 완화할 수 있다.

대만에서 3일 규모 7이 넘는 25년래 가장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 일부 건물이 무너지고 정전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대만은 물론 지진 발생 지역에서 700여㎞ 떨어진 일본 오키나와에도 최대 3m 높이의 쓰나미 경보가 발령됐다. 대만 내 인명피해는 아직 집계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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