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찬스 슈퍼카 '끝'…람보르기니·포르쉐 판매 '뚝'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2024.04.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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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승용차 신차 등록대수 중 법인차 비중/그래픽=윤선정수입 승용차 신차 등록대수 중 법인차 비중/그래픽=윤선정


국내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법인 명의로 구매한 비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전체 수입 승용차에서 법인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보통 약 40% 수준인데 10%포인트 넘게 줄어든 수치다. 올해부터 시행된 법인 승용차에 대한 연두색 번호판 규제가 판매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 승용차 신차 등록대수 2만5263대 중 법인차 비중은 28.4%(7179대)로 집계됐다. 지난해 법인차 비중 39.7%, 2022년 39.1%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1월~3월) 기준으로도 법인차 비중은 32.5%(1만7720대)로 예년보다 하회했다.



수입차 시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돼있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전체 수입 승용차 판매도 1분기 5만4583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줄었다.

럭셔리카 브랜드의 판매량 감소 폭은 더 크다. 국내 럭셔리카 시장을 이끌던 브랜드들의 연초 판매량은 일제히 줄었다. 그동안 럭셔리카 브랜드가 꾸준히 판매를 늘려 지난해 역대 최대 판매 기록을 경신했는데 올해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벤틀리의 1분기 신차등록 대수는 전년 동기 대비 77.4% 감소한 38대로 집계됐다. 롤스로이스는 35.2% 줄어든 35대, 람보르기니는 22.2% 감소한 42대였다. 지난해 판매량 '1만대 클럽'에 들어간 포르쉐도 22.9% 줄어든 2286대를 기록했다. 다른 럭셔리카 브랜드가 모두 성장하는 가운데 지난 6년간 부진에 빠진 마세라티는 1.8% 감소한 54대로 저조한 판매량을 이어갔다.

연두색 번호판 규제가 수입 승용차 중 법인차 비중이 떨어지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세금 혜택을 보기 위해 법인을 통한 고가 차량 구매량이 상당했는데 연두색 번호판 부착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구매 수요가 줄었다는 것이다. 올해부터 신규·변경 등록되는 8000만원 이상 법인 승용차에 연두색 번호판을 의무 부착하도록 한 제도가 시행됐다. 지난해 브랜드별 국내 판매 중 법인차 비중은 람보르기니 90%, 마이바흐 87.7%, 롤스로이스 87.3%, 벤틀리 76%, 포르쉐 61.1% 등이다.

규제를 피해 지난해 미리 고가 법인차량을 구매하려는 막바지 수요가 쏠린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연두색 번호판 제도 시행 전인 지난해 12월 수입차 구매 비중에서 법인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46.5%로 평균보다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시행된 직후인 1월, 2월보다 지난달 들어 수입 승용차에 대한 법인 구매 비율이 더 떨어졌다"며 "법인 구매에 있어 연두색 번호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상당해 고가 차량 판매량에 당분간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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