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병원서 본전 뽑자" 얌체 중국인 줄어들까…'건보 먹튀' 막는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2024.04.0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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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국인이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하오양마오(본전 뽑는 것)야"라는 내용과 문구로 만든 영상을 중국 SNS에 올렸다. 이 영상에서 그는 한국에서 병원 싸게 활용하는 팁을 공유했다. /사진=해당 화면 캡처.한 중국인이 "한국의 국민건강보험은 하오양마오(본전 뽑는 것)야"라는 내용과 문구로 만든 영상을 중국 SNS에 올렸다. 이 영상에서 그는 한국에서 병원 싸게 활용하는 팁을 공유했다. /사진=해당 화면 캡처.


오늘(3일)부터 우리나라에 들어온 외국인이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6개월 이상' 국내 머물러야 한다. 입국하자마자 피부양자로 가입해 공짜로 건보 혜택을 누려온 외국인의 악용 사례를 걸러내려는 법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3일부터 시행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 따르면 이날부터 국내 입국한 외국인(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과 재외국인(해외에서 사는 한국 국적의 국민)은 거주기간이 6개월 이상 지나야 한국 건강보험의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다만 배우자이거나 19세 미만 미성년 자녀, 유학, 일반연수 초중고생, 비(非)전문 취업, 영주, 결혼, 이민 등 사유가 있으면 입국 당일 피부양자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기존엔 외국인이 한국 내 직장 가입자의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 등이면서 일정 소득과 재산 요건만 충족하면 '입국 당일'부터 피부양자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외국인 직장가입자가 외국에 사는 형제·자매 등까지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리고 필요할 때 잠시 한국에 들어와 치료·건강보험 혜택을 받아 가는 등 악용 사례가 등장했다.

특히 '중국인'의 악용 사례가 많았다. 한국에서 일하는 중국인 직장가입자가 본국(중국)의 가족을 피부양자로 올리고, 질병이 걸리면 국내로 불러들여 건보 혜택을 받은 다음 출국하는 식이다. 2022년 말 기준으로 외국인 가입자는 132만 명이고 중국 국적 가입자는 68만 명으로 52%에 달한다. 또 중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평균 0.49명으로, 전체 외국인 평균(0.37명)보다 많다.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에 한국어로 올린 영상 첫 화면. 이 사람은 "건강보험 '먹튀'가 합법적이므로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샤오홍슈 캡처. 조선족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중국판 인스타그램'인 샤오홍슈에 한국어로 올린 영상 첫 화면. 이 사람은 "건강보험 '먹튀'가 합법적이므로 문제 없다"고 주장했다. /사진=샤오홍슈 캡처.
실제로 지난해 머니투데이 연속 취재에 따르면 중국 SNS에서 한국의 건강보험에 대한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뜨거웠다. 지난해 2월 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홍슈'에 올라온 중국인 유학생 A씨는 "한국 국민건강보험 오르기 전에 성심성의껏 '양털'을 뽑아줘야겠다"는 내용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중국에서 '양의 털을 뽑는다'는 뜻의 '하오양마오'는 실생활에서 '쿠폰이나 판촉 행사 등 혜택을 잘 활용해 돈을 들이지 않고 이득을 취하는 행위'로 통한다. 쉽게 말해 '본전을 뽑는다'는 개념의 신조어다. 중국의 검색 사이트 '바이두'에서 '한국보험제도'와 '하오양마오'를 키워드로 검색하면 연관 게시글 수십 가지가 뜬다.

"한국 국민건강보험은 왜 하오양마오'일까"란 제목의 영상에선 20대로 추정되는 한 중국인 여성 B씨가 '하오양마오 가이드'라며 한국에서 국민건강보험료를 내고 본전을 뽑는 꿀팁으로 △2년에 1번 공짜로 건강검진을 챙겨 받을 것 △스케일링, 사랑니 발치는 한국에서 싸게 받을 것 △3차 병원도 건보 혜택 있으니 너무 비쌀 것이라 걱정하지 말고 진료의뢰서 챙겨가기 등을 제시했다. 영상에서 B씨는 "한국 치과에서 스케일링과 사랑니 발치 역시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영수증을 인증했다. "다 합해 3만8500원밖에 들지 않았다. 너무 싸지 않냐?"라고도 했다.


이에 지난해 6월 복지부 관계자는 "한국 내 외국인 가운데 유독 중국인의 건보 재정 적자가 심해지면서 복지부는 수년 전부터 중국인발(發) 건보 재정 악화 해결 방안을 찾고 있었는데, 머니투데이 기사를 통해 중국 현지에서 먹튀 꿀팁까지 공유하는 등의 실제 사례를 복지부도 처음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제 복지부는 본지 보도에서 언급된 게시물들의 실제 출처(링크)를 취합했다. 당시 복지부는 중국인 피부양자가 건보 재정을 축내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피부양자의 자격요건을 '6개월 이상 체류' 조건으로 강화하자는 취지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만들어 입법화를 추진해왔다지만 일부 국회의원의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수년째 계류 중이었다.

"한국 병원서 본전 뽑자" 얌체 중국인 줄어들까…'건보 먹튀' 막는다
앞서 국민의힘 송언석·주호영 의원이 2021년 외국인 피부양자 자격요건 강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 2건을 각각 발의했다. 단기간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은 피부양자가 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게 골자였지만 더불어민주당 다수 의원과 정의당 일부 의원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대해 지난해까지 3년간 국회에서 계류됐다.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그간 건강보험법의 국회 통과를 서둘러달라고 각 의원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해왔다"면서 "머니투데이발(發) 중국인 사례 기사를 의원들에게 보여주며 입법화에 속도를 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라고도 했다.

정부는 이번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 개선으로 연간 121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아낀 돈을 필수 의료 살리기에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2028년까지 10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을 필수 의료 분야에 투자하면서 재정 지속 가능성은 높이겠다"며 "추가적인 건강보험료 인상 없어도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용하면서 필수 의료를 살리기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자가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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