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빌라→새집, 빨리 바꾼다는데…"투기꾼만 배불려" 잡음, 왜[부릿지]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김아연 PD, 오세린 PD, 신선용 디자이너 2024.04.03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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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부릿지 김효정입니다. 제가 나와있는 곳은 단독, 다세대주택이 밀집돼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2동입니다. 이 일대는 서울시 소규모정비사업인 모아타운 사업이 추진되던 곳인데요.

서울시는 지난달 이 지역을 모아타운 대상지로 선정하지 않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이곳 역삼2동뿐만 아니라 삼성2동, 개포4동 등 사업을 신청한 강남구 지역 3곳을 전부 대상지에서 제외했습니다. 주민 반대 등 갈등과 투기 우려가 있다는 게 주된 이유였는데요.



강남구뿐만 아니라 모아타운 추진 지역 곳곳에서 사업을 반대하는 주민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서울시청 앞에서는 강남3구를 비롯해 마포·광진·강동 등 서울 12개동 주민 500여명이 모아타운 사업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노후 빌라가 밀집되고 주거환경이 낙후된 지역을 쉽고 빠르게 개발해준다고 하는데도 이렇게 잡음이 터져나오는 이유가 뭔지, 부릿지가 알아봤습니다.

오세훈표 모아타운이 '투기장' 된 이유
모아타운은 2022년 오세훈 서울시장이 도입한 소규모정비사업입니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10만㎡ 이내 노후 저층주거지를 블록단위로 모아 중층 아파트로 탈바꿈시키는 거죠. 모아타운으로 지정되면 층수, 용적률 등 규제 완화,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공공지원을 통해 지역 내 공영주차장, 공원 등 부족한 기반 시설을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또 정비계획 수립, 추진위원회 승인, 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절차가 생략돼 2~4년 정도면 새아파트를 지을 수 있습니다. 착공까지 10년 이상 걸리는 게 예사인 일반 정비사업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는 거죠.

하지만 사업을 빠르게 추진하기 위해 완화한 요건을 투기세력이 비집고 들어왔습니다. 모아타운 사업은 토지 등 소유자 동의율 30%, 노후도 50%를 충족하면 신청할 수 있는데요. 자치구 공모나 주민제안으로 신청하던 방식을 지난해 수시 신청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일부 주민만 신청하면 언제든지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를 악용해 지분쪼개기로 들어온 외부 투자자들이 모아타운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원주민들 주장입니다. 실제로 2022년 모아타운 추진을 위해 서초구청이 검인한 반포1동 가로주택정비사업 주민동의서에 따르면 검안을 신청한 9개 구역 대표 지번 총 149세대 중 137세대(80%)가 외지 거주자였고, 이중 6곳이 준공 10년 이내 빌라였습니다. 노후 주거환경을 개선해 원주민들의 생활 편의를 지원한다는 사업 취지와 정반대의 상황이 나타난 겁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신축빌라에서는 빌라 분양 신청서와 철거 동의서를 한 곳에서 받는 모순도 발생했습니다.

4개월 만에 빌라 6000만원 오른 이 동네
사업 신청 전부터 주민 갈등으로 동네가 분열된 곳도 있습니다. 지난해 상반기 사업설명회와 주민설명회가 잇달아 열리면서 관심이 쏠렸던 송파구 삼전동입니다.

삼전동은 중장년층이 노후대비로 마련한 저층주거지가 모여있는 지역입니다. 단독주택을 짓고 생활하거나 임대 소득으로 생활하는 원주민들이 대부분인데 2022년 전후로 외지인들의 빌라 거래가 늘면서 가격에 크게 뛰었다고 합니다.

2018년 1억5500만원이던 삼전동의 한 빌라. 2022년 1억6500만원에 손바뀜됐다가 같은해 9월 2억3000만원에 거래됐습니다. 소유주 거주지는 인천 부평. 2018년 2억650만원에 거래된 또 다른 빌라는 2022년 2억7000만원에 거래된 후 불과 4개월 만에 3억3000만원까지 뛰었습니다.

[김모씨/송파구 삼전동 주민]
빌라는요 사실상 거의 오르지 않아요. 그런데 급격하게 22년도부터 거래가 막 터진 거는(금액을) 따지지도 않고 막 산 거예요. 이게 투기가 아니고 뭐냐 이거죠. 지금 집값이 올랐다고 해서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게 아니에요. 우리가 팔고 갈 사람이 아니잖아요.

물론 모아타운을 찬성하는 노후 주택 거주민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원주민들의 반대가 높은 상황에서 투기세력 주도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실현될 가능성이 적다는 겁니다.

모아타운은 정비구역 지정과 동시에 사업시행구역으로 확정되는 재개발과 다릅니다. 공모를 통해 대상지로 선정되더라도 토지 등 소유주 80% 이상, 토지면적 기준 67% 이상이 동의해야 조합을 설립할 수 있습니다. 대상지 선정 후 3년 동안 조합이 설립되지 않으면 무산됩니다.
낡은 빌라→새집, 빨리 바꾼다는데…"투기꾼만 배불려" 잡음, 왜[부릿지]


[김모씨/ 삼전동 주민]
(추진하는) 사람들은 뭐라고 한 줄 알아요? "(모아타운) 선정이 된 다음에 조합 설립할 때 반대를 하면 됩니다". 조합 설립 때 반대하려고 하면 이미 늦어요. 그 사이에 얼마나 집값이 오르겠어요. 오르게 되면 팔아먹고 가려고 그러는 사람이 지금 한둘이 아니라는 거죠. 그거는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모아타운이 투기세력의 타겟이 되자 서울시도 칼을 뽑아 들었습니다. 토지 등 소유자 25% 또는 토지면적의 3분의1 이상이 반대할 경우 공모를 신청할 수 없습니다. 이상거래 등 투기세력 유입이 의심되거나 이전 공모에서 제외된 사업지 중 미선정 사유가 해소되지 않은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조합원 권리가 생기는 기준날짜(권리산정기준일)도 '모아타운 공모 접수일'로 변경됩니다. 모아타운 신청 후 지분쪼개기 등으로 유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아울러 신청지 3곳이 모두 미선정된 강남구는 토지 등 소유자 50% 및 토지면적 40% 이상이 동의해야만 신청할 수 있도록 자체 기준을 대폭 상향했는데요.

서울시와 지자체의 대응이 모아타운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서울시는 2026년까지 모아타운 사업지 100곳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미 사업 추진 지역 곳곳에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데다 조합 설립이라는 큰 산을 또 하나 넘어야 하기 때문이죠. 게다가 최근 여러 정비사업장에서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조합원 분담금 문제도 불거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오세훈 시장표 정비사업이 들끓는 잡음을 끊고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부릿지가 관심갖고 지켜보겠습니다.
낡은 빌라→새집, 빨리 바꾼다는데…"투기꾼만 배불려" 잡음, 왜[부릿지]
출연 김효정
촬영 김아연 오세린 PD
편집 김아연 PD
디자이너 신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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