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홍콩 ELS' 이제는 심판의 시간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4.04.03 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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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가 새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과 SC제일은행 등 '홍콩 ELS'를 판매한 주요 은행이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했다. 이미 투자자와 자율배상에 합의한 은행도 나왔다.

은행권이 자율배상을 수용하면서 이제 금융권의 관심은 금융당국의 제재에 쏠린다. 금감원은 '홍콩 ELS' 판매사에 검사의견서를 보내고, 의견 수렴 절차를 가질 예정이다. 이후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를 열어 판매사와 경영진 징계를 결정한다. 제재심 과정에서 은행권과 금융당국의 치열한 공방이 오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21년 3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이후 발생한 첫 대형 판매규제 위반 사례로 수조원의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제재와 무게감이 다르다.



은행권은 자율배상과 제재심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은행권은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면서 '자율조정', '신뢰회복' 등을 강조했다. 판매과정의 위법보다는 투자자의 불확실성과 신뢰회복에 방점을 뒀다. 반면 제재심에선 판매 과정 위반의 시시비비를 가려봐야 한다는 의지가 감지된다.

일부 확인된 불완전판매 요소가 2조원에 달하는 배상과 수준 높은 징계까지 갈 수준이냐는 불만도 나온다. 특히 이복현 금감원장이 일괄배상은 없다고 했지만 기본배상비율을 넣으면서 사실상 일괄배상과 다름없는 배상안을 내놨다는 지적도 나온다.



100% 배상을 요구했던 투자자도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은행이 수용하면서 이제 공은 투자자에게 넘어갔다. 자율배상이 분쟁조정기준안에 맞춰 이뤄진다는 점에서 투자자가 이의를 제기해도 금융당국 선에서 큰 폭의 조정은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만만치 않다. 또 앞선 판례들을 봤을 때 100% 배상 판결이 나오기 쉽지 않다.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쓰며 '홍콩 ELS'의 해결책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사태 해결에 너무 속도를 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DLF(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한 배상·징계 소송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음을 떠올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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