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안 가도 억대 연봉"…배관·용접 기술 배우는 미국 Z세대 [글로벌 미생(美生)]

머니투데이 김하늬 기자 2024.04.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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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 김종택기자 = '2024년 경기도 기능경기대회'가 열린 1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안산공업고등학교에서 용접 종목에 참가한 선수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4.04.01 [안산=뉴시스] 김종택기자 = '2024년 경기도 기능경기대회'가 열린 1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안산공업고등학교에서 용접 종목에 참가한 선수가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2024.04.01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미국에서는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 가운데 대학 캠퍼스나 실리콘밸리 대신 기술직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치솟은 대학교 학비를 감안하면 학위를 얻는 것보다 임금이 올라간 전문 기술직이 낫다는 판단 때문으로, AI(인공지능) 등장이 영향을 미쳤다는 진단도 있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Z세대가 공구 벨트 세대가 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배관공, 전기기사, 용접공 등 숙련 기술직의 임금과 이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젊은 세대가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직업 훈련소를 선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WSJ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학 등록금이 급등한 반면 그 효용성은 낮아졌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직업 훈련 칼리지에 등록한 학생 수는 전년 대비 16% 증가했는데, 이는 전국 학생 정보센터(NSC)가 2018년부터 관련 데이터를 추적한 이래 최고 수준이다. 이 기간 건설 기술을 공부하는 학생 수는 23% 늘었고, 냉난방공조기 및 차량 유지 보수업무 기술을 배우는 학생도 각각 7% 증가했다.

지난해 9개월간 용접 프로그램을 수료한 20살의 태너 버게스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대학에 가려는 생각도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부모님이 하루종일 집에서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고, 대학에 가는 게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샌디에이고의 병원 내 파이프 설치 용접 일을 하고 있다. "이 분야에서 5년 정도 일을 한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억대 연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들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실제로 기술직의 임금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난해 건설직 신규 직원의 임금은 전년 대비 5.1% 오른 4만8089달러(약 6500만 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 분야 종사자 임금 인상률은 2.7%로 3만9520달러(약 5300만 원)에 그쳤다. 급여 분석업체 ADP에 따르면 "건설직 신입사원의 연봉 평균값이 회계사나 정보기술(IT) 유지보수 업계 수준을 넘어선 지 4년째"라고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의 배관·난방·냉각 도급업자협회는 직업학교를 운영하는데, 5년 전까지만 해도 직업학교를 졸업한 사람의 초봉이 3만5000달러(4730만원)이었지만 요즘에는 6만달러(8110만원)로 두 배 가까이 오른 상태다. 협회 전무이사인 마이클 맥그로는 "팬데믹 이후 이 산업에 많은 근로자가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WSJ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해 일부 젊은이들의 진로 선택이 바뀌고 있다고도 짚었다. 지난해 미국의 한 기업이 현지 고등학생, 대학생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대다수의 응답자는 "AI의 성장을 고려할 때 블루칼라 직업이 화이트칼라 직업보다 더 나은 직업 안정성을 제공한다"고 답변했다.


Z세대들이 기업가적인 판단에서 숙련된 기술직을 먼저 선택한다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수리 직업학교에 다니며 자동차와 관련한 기술을 익힌 뒤 궁극적으로 개인 사업을 차릴 준비를 한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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