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카뱅 먹튀논란 정규돈 CTO 임명 강행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4.04.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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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돈 카카오 CTO. /사진=뉴스1정규돈 카카오 CTO. /사진=뉴스1


카카오 (39,800원 ▼750 -1.85%)가 안팎의 우려를 딛고 카카오뱅크 (21,200원 ▼200 -0.93%) 출신 정규돈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임명했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 재직 당시 상장 직후 스톡옵션을 행사해 도마 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회가 이를 우려해 지난달 "주요 경영진의 평판 리스크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한 게 무색해졌다.

2일 카카오에 따르면 지난 1일 카카오 주요 임직원에 대한 인사가 단행되며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가 카카오 CTO에 이름을 올렸다. 카카오는 정 CTO가 카카오의 복잡한 서비스들을 위한 기술 이해와 제1금융권의 기술안정성 수준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리더이기에 선임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 CTO에 대해 카카오뱅크 먹튀 논란의 주역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지 3거래일만인 2021년 8월 10일 보유주식 11만7234주 중 10만6000주(주당 6만2336원)를 매도해 66억원 가량의 매도 수익을 거뒀다. 이형주 당시 카카오뱅크 CBO(최고비즈니스책임자), 신희철 CHO(최고인사책임자), 유호범 내부감사책임자 등도 다 같이 스톡옵션 행사에 나서면서 총 매도수익 159억원 가량을 실현했는데, 이때 정 전 CTO가 행사한 물량이 가장 많았다. 정 전 CTO는 2주 후인 같은 달 24일 나머지 주식 1만1234주(주당 9만1636원)도 전량 매도해 10억원 넘는 현금을 추가로 거둬들였다.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장중 최고가가 같은 달 20일 9만4400원이었다.

이 같은 카카오뱅크 임원진의 '상장 직후 스톡옵션 행사'는 같은해 12월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진의 900억원대 차익실현과 더불어 '먹튀 사태'로 비화했다. 임원진의 대량 매도 이후 주가가 떨어지면서 일반 주주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는 비판도 뒤따랐다. 이는 기업 내부자의 주식거래를 30일 전 공시하는 걸 의무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발판이 되기도 했다.



이 같은 도덕적 논란을 딛고 카카오가 정 CTO를 임명하면서 인적 쇄신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 동안 카카오의 윤리의식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단골처럼 등장하던 '먹튀 사태'의 주인공이 여전히 실세로 이름을 올리며 '회전문인사'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인사는 지난달 28일 공식 취임한 정신아 신임 대표가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내부에서는 정 CTO의 경우 스톡옵션을 행사할 당시에는 크게 사회적 논란이 일어나지 않은 점, 행사 이후에도 상당 기간 회사에 재직했기에 '먹튀'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 등에 비춰 정 CTO의 선임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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