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대병원 응급 CT·MRI 검사 보호자 대기실 앞에서 환자(왼쪽)와 보호자가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1일 서울대병원(서울 종로구) 본원 1층 응급 CT·MRI 검사실 앞에서 만난 80대 여성 A씨의 호소다. 이 여성의 남편인 80대 남성은 전공의 단체 사직(2월 19일) 직전, 이 병원에서 뇌종양 말기로 진단받았다. 3월 말까지 항암화학요법으로 암 크기를 줄인 후, 1일 MRI 검사 결과에 따라 오는 3일 신경외과에서 수술 여부를 듣기로 했지만, 불안감이 크다.
A씨는 "남편이 연로한데, 하필 전공의들이 단체로 떠난 때 진단받으면서 억울하다"며 "다행히 검사는 미뤄지지 않았지만 수술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전공의가 없어 못 한다고 들을까 봐 벌써 억장이 무너진다"고 눈물을 흘렸다.
이날 오전 세브란스병원 정문에서 만난 김 모(68) 씨는 남편 강 모(73) 씨가 탄 휠체어를 잡은 채 "교수들이 떠나면 환자는 정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울먹였다. 강 씨는 6개월 전 췌장암 2기 진단받았다. 10회에 걸친 항암 치료 후 황달이 심해져 추가 치료를 중단한 상태다. 담즙을 빼내기 위해 배액관을 찬 채 생활하는데 최근 고열과 혈압 저하, 통증으로 응급실을 찾아야 했을 만큼 상태가 불안정하다고 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의대 교수들의 단축 근무 선언에도 다행히 외래 진료는 큰 차질이 빚어지진 않았다. 뇌·심장 등 필수 의료 분야는 첫 방문(초진) 환자의 진료도 이뤄지고 있다고 병원은 전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개별적으로 단축 진료와 사직서 제출을 진행해 전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긴 어렵다"면서도 "오전에 확인한 결과 외래 진료는 전과 마찬가지로 10~20% 축소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1일 오후 서울대병원 1층 응급중환자실에 의료진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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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교수들의 진료 축소 선언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는 게 주요 병원의 공통된 의견이다. 한 교수가 진료를 거부할 경우 다른 교수에게 일이 몰려 결국 연쇄적으로 진료 축소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병원 입장에서는 의대 교수들의 근태관리가 고민거리다.
서울지역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교수들이 주 52시간, 주 40시간 근무를 이야기하지만 외래·당직·연구·수술 등 실제 업무량을 알 방법이 현재 없다"고 말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은 "의대 교수들이 의료현장을 떠나는 이번 주부터는 더 많은 환자의 희생과 사망 소식을 접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와 의사가 당장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하지 않으면 국민과 환자들에게 설 자리도, 명분도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