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https://thumb.mt.co.kr/06/2024/04/2024040117124012292_1.jpg/dims/optimize/)
최근 러시아는 전선에서 우위를 발판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재설정에 나섰다. 러시아 제재로 인해 러시아에서 빠져나온 기업과 자본들이 이들 지역에 몰림으로써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제재를 우회하는 루트를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과거처럼 중앙아시아 지역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간주해 일방적으로 압박을 가하기보다 사안에 따른 유연함을 발휘하면서 러시아와 협력이 상호이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러시아의 이와 같은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23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양자간, 다자간 회담을 했지만 서방이 원하는 러시아와의 거리두기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표명 등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러시아의 움직임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는 대량의 152㎜ 포탄 수입을 시작으로 군사협력 강화 및 유엔을 통한 대북한 제재중단을 언급하면서 북한과 협력강화에 나섰다. 우리로서는 30년간 유지한 한반도 주변 외교관계에서 우위가 약화하는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강화에 맞서기 위해 한국·미국·일본 3국의 공조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사적으로 대두하지만 보다 복합적인 관점에서 러시아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러시아는 서방기업들이 철수한 후 중국 업체의 대대적인 진출로 공백을 메웠다. 러시아로서는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 높이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적절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전략적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완화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했다. 이렇기에 러시아가 우리를 비우호국가로 분류하면서도 미국 및 서유럽국가와는 일정부분 다르게 대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리를 향한 거친 언사는 자극적이지만 단순하게 반발하기보다 그 이면의 의도와 흐름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