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러시아와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머니투데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2024.04.0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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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을 넘어 지속되면서 관심이 많이 시들해졌다. 2022년과 같은 급격한 전선의 변화는 관찰되고 있지 않지만 동부전선을 중심으로 한 공방전은 계속된다. 2023년 말부터 러시아군은 대량의 포탄과 병력을 전선에 지속적으로 투입하는 단순하지만 확실한 방식을 통해 공세를 지속하면서 요새화한 우크라이나 방어선을 무너뜨리고 있다. 이와 병행해 사정거리 60㎞ 수준의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활강폭탄과 같은 신무기를 투입하고 전자전을 비롯한 각 분야에서도 러시아군은 점차 우위에 서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서방의 지원을 통해 잘 버텼지만 기본적인 체급 차이를 극복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는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 중이며 다양한 루트를 통해 제재를 무력화하고 있다.

최근 러시아는 전선에서 우위를 발판으로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 재설정에 나섰다. 러시아 제재로 인해 러시아에서 빠져나온 기업과 자본들이 이들 지역에 몰림으로써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경제적 이익을 취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제재를 우회하는 루트를 확보했다. 이런 상황에서 러시아는 과거처럼 중앙아시아 지역을 자신의 세력권으로 간주해 일방적으로 압박을 가하기보다 사안에 따른 유연함을 발휘하면서 러시아와 협력이 상호이익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간다. 러시아의 이와 같은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23년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양자간, 다자간 회담을 했지만 서방이 원하는 러시아와의 거리두기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강력한 지지표명 등을 얻어내지는 못했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안정화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중앙아시아 지역의 안보위협이 낮아졌다는 것이 러시아의 판단인 것이다. 반탈레반 세력이 아프가니스탄과 인접한 타지키스탄을 비롯한 주변 지역에 저항거점을 확보하지 못하도록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이러한 의지의 표현이다.

러시아의 움직임은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러시아는 대량의 152㎜ 포탄 수입을 시작으로 군사협력 강화 및 유엔을 통한 대북한 제재중단을 언급하면서 북한과 협력강화에 나섰다. 우리로서는 30년간 유지한 한반도 주변 외교관계에서 우위가 약화하는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강화에 맞서기 위해 한국·미국·일본 3국의 공조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사적으로 대두하지만 보다 복합적인 관점에서 러시아의 의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현재 러시아는 서방기업들이 철수한 후 중국 업체의 대대적인 진출로 공백을 메웠다. 러시아로서는 잠재적 경쟁국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계속 높이는 것을 바라지 않으며 적절한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분명하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한국은 러시아에 대해 전략적 위협을 가하지 않으면서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완화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했다. 이렇기에 러시아가 우리를 비우호국가로 분류하면서도 미국 및 서유럽국가와는 일정부분 다르게 대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리를 향한 거친 언사는 자극적이지만 단순하게 반발하기보다 그 이면의 의도와 흐름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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