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선대가 창업한 제과공장을 넘겨받아 1조원대 회사로 키워낸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79)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야 하는 시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크라운해태그룹은 2022년 충남 아산에 해태제과 신공장을 진 데 이어 이달말 인근에 크라운제과 신공장까지 완공한다. 평택항과 가까워 중국 진출까지 염두에 둔 포석이다.
윤 회장은 "부도 나보고 느끼는 거지만 존속한다는 것 자체가 행운"이라며 "젊어서는 일어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투자가 이뤄지고 나서 2~3년은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나비스코(Nabisco) 사례를 주목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과자 '오레오'를 만든 회사지만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지금은 식품회사의 한개 부문으로 전락했다.
그는 신규투자나 신사업 구상을 하는 아들과 사위에게도 "젊으니까 그냥 두면 밀고 나가려 할텐데 사실 제가 말리고 있다"며 "조심해야 할 시기니 다른 곳에 전력을 낭비하지 말라고 충고한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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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그룹 지주사인 크라운해태홀딩스와 크라운제과는 장남인 윤석빈 사장이, 해태제과는 사위인 신정훈 사장이 이끌고 있다. 경영 색깔은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일례로 윤 사장은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대체 원료를 찾는 방식으로 소비자가격을 유지하는데 집중한다. 반면 신 사장은 제품 고유의 맛을 지키는데 무게를 둔다. 원재료를 바꾸지 않고 유연성 있는 가격정책을 쓴다. 윤 회장은 "크라운 사장은 디자인을 공부해서인지 감각적이고, 해태 사장은 컨설팅을 했고 숫자에 밝아서 이성적이다"고 평가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그런데도 그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당시 과자 유통의 중심인 방산시장에 대표 제품 '크라운산도' 대신 짝퉁 제품이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보고 코카콜라가 도입한 '루트세일'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다. 중간 도매상에 의존하지 않고 영업조직이 직접 세일즈하는 방식이다.
그는 "대졸 신입사원을 뽑아 처음 했던 일이 운동장에서 자전거 타고 손수레를 끄는 방법부터 가르친 것"이라며 "6개월간 도매상의 반대로 매출이 바닥이었지만 아버지가 믿어주신 덕분에 1976년 기업공개까지 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는 국내 시리얼 1호 죠리퐁을 개발해 성공시키고, 초코하임, 버터와플, 쿠크다스 등 다수의 히트작을 출시했다. 특히 쿠크다스에 물결무늬 초콜릿을 입혀 동세를 표현하고, 오예스 포장에 심명보 작가의 그림을 넣어 매출을 높이는 '아트 경영'으로 주목받았다.
실패한 기록들도 적지않다. 죠리퐁을 앞세워 중국에 진출했다가 10년 만에 철수했고, 오예스에 예술작품을 얹혀 출시했지만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그는 아산 신공장 가동을 계기로 중국 재진출 모색하는 한편 '잭슨 폴락'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초콜릿 물감을 흩뿌린 오예스를 재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윤 회장은 "과자 영역에서 예술을 가미해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주력하고 있다"며 "당시 실패했다고 해서 실패로 끝난 것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그룹 회장 인터뷰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