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국회 15석"...'조국 열풍'이 '태풍'이 된 이유는?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천현정 기자 2024.04.01 18:12
글자크기

[the300 여의톡썰]

(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0일 오후 전남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광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2024.3.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0일 오후 전남 여수시 중앙동 이순신광장을 찾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2024.3.3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여수=뉴스1) 김동수 기자


"이렇게까지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곤 전혀 예상 못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1·2위를 다투고 있는 조국혁신당을 두고 한 더불어민주당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조국 열풍'을 넘어 '조국 태풍' '조국 신드롬'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뭘까.



1·2위 다투는 조국혁신당 비례정당 지지율···이대로면 15석 확보도 '가능'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 의뢰를 받아 지난달 28~2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비례대표 정당 투표 의향을 물은 결과 국민의힘 비례정당인 '국민의미래'를 찍겠다는 응답률이 30.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조국혁신당(29.5%),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 '더불어민주연합'(19.0%), 자유통일당 5.0%, 새로운미래 4.4%, 개혁신당 4.0%, 녹색정의당 0.9% 순이었다. 민주연합 지지율이 직전 조사 대비 1.1%p(포인트) 떨어진데 비해 국민의미래와 조국혁신당은 각각 0.4%p, 1.8%p 올랐다.

이 지지율이 총선까지 이어진다면 조국혁신당은 총 46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 국민의미래와 나란히 15석 확보가 가능한 것으로 추산된다.



상당수가 이같은 열풍을 예상치 못했던 만큼 정치권에서는 조국 신드롬의 원인과 영향 분석에 분주하다.

조 전 장관은 지난 2월13일 "검찰 독재정권 종식을 위해 싸우겠다"며 정식으로 창당을 선언하고 지난달 3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조 전 장관은 당 대표직을 수락했다. 이후 조국혁신당은 창당 11일 만에 가입 당원 인원이 1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1일 기준 조국혁신당 당원 가입자는 15만명을 넘겼다.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조국열풍···'정권심판'이란 선명한 목적·민주당 지지층 틈새 확보·잘생긴 외모도 한몫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2024.03.27.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머리를 쓸어넘기고 있다. 2024.03.27. [email protected] /사진=정병혁
초창기 조국혁신당에 대한 지지세는 유권자들이 조 전 장관을 향해 느낀 '측은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자녀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징역형을 선고받아 수감생활을 하다 지난해 가석방됐고 딸인 조민씨는 고려대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처분을 받아 최종 학력이 '고졸'이 됐다.


40대 중반의 남성 진 모씨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검찰개혁한다고 나섰다가 온 가족이 검찰에 의해 도륙당한 데 대한 측은지심이 가장 크지 않을까"라며 "우리 나라 역사를 통틀어 장관한다고 나섰다가 온 가족이 샅샅이 조사를 당한 사례가 있나. 맨 처음 문제가 됐던 사모펀드 이야기는 사라지고 입시비리에 관한 건만 남았다"고 했다.

조 전 장관은 이미 자녀 입시비리와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2심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아 대법원에서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의원직이 박탈되고 수감 생활을 하게 된다.

또 다른 40대 초반의 한 남성은 "쉽게 말해 윤석열 정권 심판하고 본인이 지옥가겠다는 것 아닌가"라며 "그런 측면에서 조 전 장관을 지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이 창당의 명분으로 '윤석열 정권 조기종식'을 내세워 대중이 보기에 매우 단순하고 선명한 야당성을 각인시킨 것도 지지율에 도움이 됐단 분석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3년은 너무 짧다'는 건 매우 섹시한 슬로건이었다"며 "수권정당으로서 중도층도 의식해야 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이렇게 단순한 목표만 제시할 수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입시 공정 문제를 들어 조 전 장관을 십자가에 매달았던 것도 국민이고 다시 그 십자가에 묶였던 조 전 장관을 풀어줘 정권 심판에 앞세우고 있는 것도 국민인 셈"이라며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런 면에서 참 대단하고 무서운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한창 공천갈등을 겪던 와중에 조 전 장관이 '갈 곳 잃었던' 민주당 지지자들 마음을 파고 들었단 분석도 있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은 "반윤(반윤석열)·비명(비이재명) 성향 유권자들이 결집한 것"이라며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는 싶지만 비명계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명횡사 공천갈등'을 보며 투표장에 갈 유인이 떨어졌다가 조국혁신당이 창당하면서 다시 투표장에 갈 유인이 생긴 것이다.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충청권에서 높고 대구 경북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더불어민주연합을 앞서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고 했다.

최 소장은 또 "역(逆)내로남불 프레임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국민들도 조 전 장관이 2심에서 유죄를 받은 것을 알고 있는데 윤석열 대통령 일가 등 여권 인사들이 수사를 받고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 '오히려 당신들도 내로남불 아니냐'는 물음을 던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질에서 동떨어진 것일 수 있으나 조 전 장관의 외양이나 태도가 지지율을 뒷받침해준다는 분석도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솔직히 정치인에게 겉모습도 무시할 수 없는 지지 유인이 된다"며 "조 전 장관이 구사하는 언어 역시 내용적으로 강성 발언일지라도 품격있어 보여 유권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도층까지 포섭하며 진화···'공정 화두'에 민감한 20~30대 차가운 시선은 한계로 지적
[익산=뉴시스] 김얼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0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3.30. pmkeul@newsis.com /사진=김얼[익산=뉴시스] 김얼 기자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30일 전북 익산시 익산역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열고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3.30. [email protected] /사진=김얼
총선일에 다가갈수록 조국혁신당이 강력한 지지세에 힘입어 중도층까지 포섭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갖춰가고 있단 평가도 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조 전 장관이 처음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만 이야기했다면 이제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며 "조국혁신당이 원포인트, 일시적 심판 정당을 넘어 말 그대로 개혁신당이나 새로운미래가 하고 싶어 했던 제3지대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구글 엔지니어 출신, 정부 관료 출신들이 포진돼 있다"며 "어느 정도 중도 확장을 해보겠단 뜻으로도 읽힌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국혁신당은 지난달 29일 토익(TOEIC) 시험 유효기간 5년 연장 제도의 범위 확대안을 민생 분야 1호 법안으로 발표했다. 이후 2030세대를 위한 공약도 내놓을 계획이다.

그렇다면 조 전 장관 본인 스스로는 '조국 신드롬'의 원인을 어디서 찾을까. 조 전 장관은 지난달 29일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 '다스뵈이다'에 나와 "저도 이 정도로 열기가 뜨겁게 올라올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며 "처음엔 (유권자들로부터) 측은지심이 강하게 느껴졌고 제가 대중연설 등을 한 뒤엔 시민들 반응이 '겁이 나서 말을 못하고 있던 부분을 대신 말해줘 너무 고맙다'는 반응이었다. 이 두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할며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했다.

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대 유권자 사이에서 여전히 조 전 장관을 곱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감지된다는 점은 조국혁신당이 지닌 한계로 지적되기도 한다.

여론조사업체 한국갤럽이 지난 26~28일 만 18세 이상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비례대표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 조국혁신당은 더불어민주연합과 같은 22%를 기록했는데 18~29세 유권자의 지지율은 4%로 조사됐다. 직전주 조사 대비로는 1%p 오른 수치이긴 하나 40대 유권자 지지율(37%)에 비하면 매우 낮다. 다만 앞서 소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는 18~29세에서 조국혁신당 지지율이 30.8%로 비교적 높게 나왔고 이 조사에서 40대 지지율은 44.3%를 기록했다.

지난달 14일 광주광역시에서 만난 한 20대 중반 여성은 머니투데이 더300에 "조 대표의 딸 조민 입시 비리에 개인적으로 분노했던 입장에서는 지지도가 올라간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본인과 배우자, 자녀까지 모두 논란이 있는 인물인데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지지도가 높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같은 곳에서 만난 20대 후반 남성은 "재판에서 유죄가 나왔다는 건 비리가 하나라도 있다는 말인데 여러 인물을 두고 굳이 '비리' 이미지가 있는 인물을 지지해야하나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조국혁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인 박은정 전 검사를 둘러싼 논란도 당에는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박 전 검사의 남편인 이종근 변호사가 다단계 사기 사건 업체 측 변호를 맡아 22억원의 수임료를 받은 사실이 최근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후 이 변호사는 논란이 된 수임건에서 모두 사임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한편 조국 신드롬이 총선에서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양당 사이에 묘한 긴장감이 생길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박창환 평론가는 "민주당 압승이 현실화된다면 그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조국혁신당이고 이는 일차적으로 민주당에도 득이 되는 일"이라면서도 "다만 그게 모두 이재명 당대표의 성과인지 따져봤을 때 '그것은 아니다'란 판단이 나오고 조국혁신당이 비례정당에서 더불어민주연합을 누른다면 총선 이후 재편될 정치 지형도에 끼치는 영향은 굉장히 클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리얼미터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ARS) 방식,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응답률은 4.3%,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또 한국갤럽 조사는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 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15.4%,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