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뚫고 기술 올인…'집념의 CEO' 故조석래가 효성에 남긴 유산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이세연 기자 2024.04.0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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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2024.04.01. ks@newsis.com /사진=김근수[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빈소로 향하고 있다. 2024.04.01. [email protected] /사진=김근수


'집념의 CEO'는 영면에 들어갔지만, 고인의 유산은 회사에 여전히 살아있다.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과 효성그룹 얘기다. 효성그룹은 조 명예회장의 장례식 이후 수소 및 슈퍼섬유 등 신사업을 중심으로 '기술 경영' 기조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1일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조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발걸음이 사흘째 이어졌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달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효성그룹은 이날까지 조문객을 받고 2일 영결식을 열 예정이다.



일평생 '기술 중심 주의'를 강조해온 조 명예회장의 업적이 재조명됐다. 공학도 출신인 그는, 일각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스판덱스·타이어코드 등 효성그룹의 글로벌 1위 제품을 만든 장본인이다. 1971년에는 국내 기업 최초로 기술연구소를 만들기도 했다. 회사 기술자들이 나일론 생산기술 연수를 받던 이탈리아로 신혼여행을 떠났을 정도로 기술에 올인했다.

이날 조문을 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기자들에게 "고인은 대한민국의 기술 경영의 선각자였다"며 "이를 모범으로 삼아서 후배들이 앞으로도 잘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문에 앞서 따로 추도사를 내고 "기업가 정신의 모본(模本)이 되며, 기술입사(技術立社)를 넘어 기술입국(技術立國)의 중요성을 깨우쳐준 분"이라며 "쉽게 따라할 수 없는 기술력 확보를 강조하며 오히려 투자를 늘려 현재의 결실을 일궈냈다"고 밝혔다.



'섬유 라이벌' 코오롱그룹의 이웅열 명예회장은 장례식장에서 "대선배였고, 우리 섬유업계의 별이었던, 대단한 분"이라고 추모했다. 지난달 30일 조문을 온 김윤 삼양사 회장은 "섬유 산업의 선구자로 아주 큰 거목이었다"고 평가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은 "본인이 기술자로, 기술 경영을 했던 분"이라며 "그래서 지금 효성그룹에 세계 최고의 기술이 많다"고 말했다.

이같이 조 명예회장이 심은 '기술의 효성' DNA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게 장남 조현준 회장과 삼남 조현상 부회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1위 사업인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의 업그레이드부터 숙제다. 친환경 고기능성 스판덱스, 전기차용 타이어코드 등의 기술을 고도화하고 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게 효성그룹의 방침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사진=효성그룹 제공) 2024.03.30. photo@newsis.com /사진=최진석[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30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사진=효성그룹 제공) 2024.03.30. [email protected] /사진=최진석
신사업 드라이브도 강하게 건다. 효성그룹은 오는 6월 임시주총을 통해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기존 지주회사(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와 조현상 부회장의 신설 지주회사(효성첨단소재·HIS·효성토요타 등)로 나눠진다. 여기서 조현준 회장은 '수소'를, 조현상 부회장은 탄소섬유·아라미드 등 '슈퍼섬유'를 미래 먹거리로 키울 게 유력하다. 효성중공업과 효성첨단소재는 액화수소와 탄소섬유 사업을 위해 각각 1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1968년생인 조현준 회장과 1971년생인 조현상 부회장의 재계에서 역할 확대에 기대를 거는 목소리도 있다. 조 명예회장은 생전 전경련 회장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했었다. 장례식을 통해 두 형제의 재계에서 존재감이 확인되기도 했다. 조현준 회장의 절친으로 알려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과 친분이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한 걸음에 조문을 왔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1976년생), 허윤홍 GS건설 대표(1979년생), 정기선 HD현대 부회장(1982년생), 한화의 김동관 부회장(1983년생)과 김동선 부사장(1989년생) 등 5~10세 정도 어린 재계 인사들도 차례로 빈소를 찾았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경우 재계의 '젊은 피'들과 모임을 자주 가지며 소통을 수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기선 부회장은 두 형제의 이름을 거론하며 "평소에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분들이어서 꼭 인사드리러 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태원 회장이 어떻게 보면 (재계) 1세대하고 2세대의 중간 역할을 하고 있다"며 "(조현준·조현상 형제에게) 그런 점을 부탁드렸다"고 밝혔다.
조현준 효성 회장(좌측)과 조현상 효성 부회장조현준 효성 회장(좌측)과 조현상 효성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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