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주식 상승장에서 나만 소외될까

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2024.04.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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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국내 증시는 금년 들어 3월 말까지 3% 내외의 제한된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해외 주식은 연일 '올타임하이(all time high)'를 깨는 중이다. 뉴욕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S&P 500 지수, 나스닥지수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닛케이225도 41000을 처음으로 넘었다. 독일 증시를 대표하는 DAX 지수도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도 '불(Bull)장'이다. 역대 최고점을 향해 진격하고 있으며, 최근에 1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또한 피벗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금 선물 역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이렇게 주식, 가상자산, 금 등 종류를 불문하고 모든 자산가격이 가파르게 오르자 'FOMO(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포모증후군은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의미인데, 자산시장 상승기에 남들은 다 돈을 많이 벌고 있는데 자신만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느끼는 불안감을 뜻한다. 실제로 자신의 자산이 줄어들진 않았지만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이다.



FOMO에 빠지면 논리적 판단보다는 가격이 계속 올라갈 것 같은 심리적 불안감으로 군중심리에 휩싸인 비이성적 투자행태를 보인다. 대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소위 '빚투'가 증가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누군가가 어떤 종목에 투자해서 떼부자가 됐다는 얘기를 들으면, 진위와 관계없이, 리스크는 철저히 무시한 채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 빚을 내서라도 그 대열에 합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이성적인 투자가 아니라 한탕주의 도박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에 다시 한번 FOMO라는 악령이 나타났다. 몇 년 전 부동산 시장이 뜨거울 때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해외 증시가 유례없는 활황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은 팔고 현지 주식을 쓸어 담고 있는 것이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3월 말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 금액이 작년에 비해 5배가 넘게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매월 2배씩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로 최근에 급등했던 반도체나 AI 관련주에 투자하고 있다. 시세가 고공행진 후 변동성이 커진 비트코인 대신 미국에 상장된 가상자산 관련주 매수에도 적극적이다. 그러나 코스피에서는 3개월도 안 돼, 벌써 작년 순매도 금액의 70%를 넘는 주식을 팔았다. 정부가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현상이다. 그런데 일부 증권사는 이런 분위기를 틈타 신용거래 이자 할인 이벤트를 시작했다. 주가 하락 시 피해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빚투를 증권사가 앞장서서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월가에서 최근 뉴욕증시가 FOMO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의 유명 투자은행 에버코어ISI의 투자전략가인 줄리엔 에마뉘엘은 이미 버블을 걱정할 정도로 급등한 종목들의 콜옵션(Call Option)이 풋옵션(Put Option)보다 더 비싸게 가격이 형성되면 이미 주식시장은 FOMO 심리를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지난 1년 동안 650% 이상 폭등한 엔비디아를 비롯한 수많은 AI 관련 기업이나 빅테크의 콜옵션 가격이 풋옵션에 비해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 FOMO를 보이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콜옵션은 미리 정해놓은 가격으로 그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풋옵션은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하는데, 콜옵션 가격이 높다는 것은 사려는 수요가 많다는 것으로 현재보다 주가가 계속 높아질 거라 믿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콜옵션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행사가격보다 주가가 높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투자자들의 콜옵션 비중이 늘어나면 주가가 폭락하는 경험을 해왔다. 상승에 베팅하는 쪽으로 지나치게 몰리는 상황은 대게 막바지에 근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의 최고투자책임자인 마이크 윌슨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더 많은 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FOMO 거래를 우려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마치 스포츠 베팅하듯 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투기 과열의 징후"라고 단언했다. 수익이 수반되지 않는 상황에서 단지 주가만 올라가고 있는 비정상적인 시장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면 안 된다고 덧붙이며, 윌슨은 금년 연말 S&P500지수를 현재보다 10% 이상 낮게 전망했다. JP모건의 투자전략가인 마르코 콜라노비치도 투자자들이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투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현재 주식시장을 우려하고 있으며 투자자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연말 지수를 20% 가까이 대폭 낮춰 전망했다.


또한 주요주주의 거래를 추적하는 베리티(Verity LLC)에 따르면 최근 테크기업 경영자의 자사 주식 매도 비율이 급증했다. 팔란티어의 피터 티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등이 올해 1분기에만 수억 달러 규모의 주식을 판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주식시장 상승세가 정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에 삼성전자 주가가 37% 이상 오르고, SK하이닉스가 90% 넘게 폭등했지만, 개인투자자들은 평균 -3.3%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기관 투자자는 +6.6%, 외국인은 +3.9%였다. 단순히 주가가 급등하였다고 해서 모든 투자자들의 수익률도 함께 좋아지지는 않는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우리나라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 2.7개월, 코스닥은 그 절반 정도로 평균 주식 보유 기간이 세계에서 제일 짧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주가가 폭등했다 해도 실제로 엄청난 수익을 거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이론적으로는 급등한 종목을 일찌감치 사서 장기간 보유했다면, 그야말로 떼돈을 벌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FOMO는 언론이 경쟁적으로 지나치게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 내면서 사람들의 불안심리와 상대적 박탈감을 자극한 결과물일 수 있다. 그로 인해 확인할 수 없는 영웅담, 무용담이 난무하는 '카더라' 통신을 통해 확대재생산되며 사람들은 허탈감이나 한탕주의에 빠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10년 플로리다에 살던 라스즐로 핸예츠가 피자 2판에 비트코인 1만 개를 주겠다고 했는데 이 금액은 현재 가치로 1조 원에 달한다', '코인으로 번 돈으로 강남아파트 사러 간다', '지금 1억 원이 넘는 비트코인이 몇 년 전에 불과 몇 만 원 안 했는데..'라든가 '엔비디아를 상장할 때 사 놨으면 3600배가 올랐다'와 같이 굉장히 극단적이고 사람들의 근로의식을 저하시키는 신문기사들이 사람들을 FOMO로 고통받게 만드는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난 과거의 FOMO의 끝자락에는 항상 하우스 푸어와 빚만 남았었다. 촛불은 꺼지기 직전이 가장 밝게 빛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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