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비바람이 치면 오히려 기분이 신납니다"…해상풍력 현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제주=최민경 기자 2024.03.31 11:00
글자크기
28일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일대/사진=최민경 기자28일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일대/사진=최민경 기자


"탐라해상풍력단지 운영을 맡게 된 이후로 비바람이 치면 오히려 기분이 신납니다. 이런 날 오히려 발전이 잘 되고 수익이 많이 나거든요."(이성호 탐라해상풍력단지 본부장)

지난 28일 찾은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거센 비바람 속 발전기 10기 중 6기가 힘차게 돌고 있었다.



이날 낙뢰를 맞은 4기는 잠시 운영을 중단했지만 보통 비바람이 부는 날이 풍력 발전의 '대목'이다. 낙뢰에 맞아 중단하는 경우는 1년에 1~3회에 불과하다.

특히 30MW(메가와트) 규모의 탐라해상풍력은 2017년 9월 준공 후 현재까지 약 98%의 가동률로 운영중이다. 가동률은 풍력발전을 운영할 수 있는 3m/s 이상 조건일 때 실제 가동하는 비율을 뜻한다. 사업 추진 당시 목표 가동률 95%를 상회한다.



모든 조건·상황에서 발전량을 산정하는 평균 이용률도 약 29%로 높은 축에 속한다. 지금까지 생산한 전력량은 약 50만 MWh(메가와트시)에 이른다. 가구당 평균 전기 사용량을 기준으로 제주 전체 가구인 31만3000가구에서 약 6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이 본부장은 "유럽 지중해 등 1년 내내 풍속이 좋은 곳이 이용률 40% 수준"이라며 "한국의 사계절 특성을 고려했을 때 국내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용률"이라고 설명했다.

28일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사진=최민경 기자28일 제주시 한경면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사진=최민경 기자
주민들의 만족도도 높다. 남동발전이 사업을 추진할 당시엔 풍력발전설비로 인한 소음 증대와 어족자원 감소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컸다. 2005년부터 주민 설득에만 9년 걸렸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착공 당시부터 한국해양환경공단이 해상풍력이 어족자원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한 결과 수중 생태계가 활성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저 속의 풍력발전설비 구조물, 사석 등이 인공어초 역할을 하면서 오히려 어획량이 늘었다. 풍력발전기 주변에서 제주남방큰돌고래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풍력발전 '단골 민원'인 설비 소음도 없다. 바닷바람과 파도 소리에 묻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야간경관 조성을 위해 해상풍력발전기에 조명을 설치하면서 상권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되고 있다.

고춘희 금등리 이장은 "처음엔 풍력발전 소음을 걱정했지만 막상 파도 소리에 묻혀서 전혀 소리가 나지 않는다"며 "해녀들도 어획량이 줄지 않았고 마을도 예뻐져서 관광객도 많이 온다"고 말했다.

발전사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총 사업비 1650억원 중 지난해 연말 기준 누적 매출액이 1430억원을 기록했다. 이 본부장은 "매출액 기준 사업비의 86% 이상 회수된 상황"이라며 "이는 목표 매출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특히 탐라해상풍력단지는 국내 기술과 자본으로 건설된 '한국 최초 상업용 해상풍력단지'다. 두산에너빌리티의 3MW급 해상풍력발전시스템 10기가 투입됐다. 풍력터빈을 비롯해 타워·하부구조물·해저케이블 등에 100% 국내 기술이 적용돼 국내 풍력업계 생태계 강화에 일조했다. 국내 트랙레코드를 확보한 덕에 수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남동발전은 오는 2027년 준공을 목표로 이곳에 72MW를 추가해 총 102MW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사업 부지에서 약 2km 뒤쪽에 두산에너빌리티가 개발한 8MW 규모 풍력발전기 9기를 건설한다. 개발지역 인근 두모리·금등리 마을주민과 어촌계도 확장사업을 환영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제주시 애월읍에서 육상풍력인 어음풍력발전도 운영 중이다. 총 사업비 820억원이 투입된 어음풍력도 국내 기업인 유니슨의 4.2MW 풍력터빈 5기를 설치해 21MW 규모로 개발됐다. 2021년 12월 착공에 들어가 지난해 11월 상업운전을 시작했다. 어음풍력의 평균 이용률은 탐라해상풍력보다 높은 32%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남동발전은 2036년까지 4.3GW 규모의 해상풍력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최고 해상풍력 전문기업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남동발전은 최근 내부조직을 개편해 해상풍력 관련 전문성을 강화하고 고금리와 원자재가격 상승 등 해상풍력 사업 리스크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