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통한 표정, 굳게 닫힌 입…5분만에 빈소를 떠난 둘째 아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박미리 기자, 이세연 기자 2024.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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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조현문 전 부사장/사진=최경민 기자 30일 아버지 고(故)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은 조현문 전 부사장/사진=최경민 기자


5분만에 아버지의 빈소를 나서는 둘째 아들의 입은 굳게 닫혀있었다.

30일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을 찾은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 얘기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오후 2시쯤 빈소에 들어가 약 5분 정도 머물다 자리를 떠났다.

조 명예회장은 지난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장남인 조현준 효성 회장, 삼남인 조현상 효성 부회장이 30일 오후부터 조문객을 맞았다. 조현문 전 부사장까지 빈소에 오며, 효성가 3세 3형제의 만남이 약 5분 동안 이어졌다.



2014년 '형제의 난' 위기 이후 10년만이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2014년 7월 조현준 회장과 주요 임원진을 상대로 횡령·배임 의혹 등을 제기했다. 조현준 회장은 동생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자신을 협박한다고 주장하며 2017년 맞고소를 했다. 조현준 회장은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조현문 전 부사장은 불구속 기소를 당한 상태다. 소송전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일련의 사건 이후 조현문 전 부사장은 그룹 내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경영에서 손을 뗐다. 그룹의 축은 조현준·조현상 형제에게 기울었다. 효성그룹은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기존 지주사(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와 조현상 부회장의 신설 지주사(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효성토요타 등)로 분할을 결정했다. 조현문 전 부사장을 배제하고, 사실상 3세 승계를 위한 계열분리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침통한 표정, 굳게 닫힌 입…5분만에 빈소를 떠난 둘째 아들
조석래 명예회장의 빈소에도 이같은 구도가 그대로 반영이 됐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이날 공개된 조 명예회장의 유족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조현준 회장, 조현상 부회장 일가의 이름은 모두 명단에 올랐지만 조현문 전 부사장 일가의 이름은 빠졌다. 조현문 전 부사장은 아버지의 임종 역시 지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문 전 부사장이 세상을 떠난 조석래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을 받을 것인지에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의 지분 10.14%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의 지분 6~10%씩을 보유하고 있다. 효성가가 '균등 상속'을 하지 않고, 조현준·조현상 형제에게만 상속을 할 경우 조현문 전 부사장이 반발할 수도 있는 게 사실이다. 효성 관계자는 "상속과 관련해서는 아직 알려진 게 없다"고 말했다.

조문을 온 조현문 전 부사장은 형제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겨 장례식장을 떠났다. 침통한 표정과 굳게 닫힌 입이 그의 심정을 대변했을 뿐이다. 사촌 동생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큰아버지(조석래)께서 막바지에 정신적으로나 몸적으로나 좀 많이 고생하셨다"며 "지금이나마 좋은 곳에 가서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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