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황재균이 30일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내 타율을 안 보이냐고 했어요."(황재균)
오랜 만에 마운드에서 만나는 친구를 맞아 두 타석 고개를 떨궜던 황재균(37·KT 위즈)은 끝내 동점 적시타를 날렸다. 뼈아픈 한 방으로 통산 99번째 승리 기회를 날린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은 전쟁을 선포했다.
99승 무산이 친구 손에 의해 결정된 게 많이 아쉬웠던 것 같다는 이야기에 황재균은 "다른 데서 하면 된다. 아직 경기도 많이 남았는데 뭐 우리한테 하려고 그러나. 다음 경기 때 알아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류현진이 29일 KT전에서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1회말 수비에서 뼈아픈 실책을 범했고 이후 KT는 2점을 내줬다. 2회 첫 타석에선 우익수 파울 플라이, 5회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다. 황재균은 "제구도, 완급조절도 좋아졌다. 그때 안 던지던 커터를 던져서 어제 유격수 땅볼도 타이밍은 맞았는데 (끝에서) 안쪽으로 들어와서 그렇게 맞았다"며 "다음에 만날 때는 한 가지 구종을 더 생각하고 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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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황재균은 6회말 동점 적시타로 류현진의 승리 요건을 빼앗으며 실수를 만회했다. "2아웃이었고 정확히 맞추려는 생각으로 스윙을 했는데 운 좋게 빗맞은 안타가 나왔다"며 "그걸로 인해 '이제 좀 풀리겠구나'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황재균은 시즌 초반 타격 부진을 겪고 있다. 타율 0.130(23타수 3안타)에 허덕이고 있다. 다만 28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멀티히트를 날렸고 29일 한화전에서도 안타를 때려내며 상승세를 탔다.
2012년 MLB 진출 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10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지만 승리를 따내지 못해 두 자릿수 승리가 무산됐다. 공교롭게도 당시 솔로포를 날려 류현진을 괴롭힌 건 또 다른 동갑내기 강정호였다.
류현진은 경기 후 "이제 전쟁은 시작됐다. 상대팀이고 친구지만 그런 상황에서 제가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며 "다음에는 알아서 해줄 것"이라고 미소를 지었다.
류현진의 복귀로 프로야구 팬들에겐 많은 관전포인트가 추가되고 있다. 황재균과 류현진의 맞대결 또한 그 중 하나로 다음엔 또 어떤 스토리가 펼쳐질지 기대를 자아낸다.
2016 류현진(왼쪽)이 롯데 자이언츠 훈련장을 방문해 황재균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