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 침공 만류하던 미국, 이스라엘에 조용히 무기 지원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3.30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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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워 인사하고 있다./AFPBBNews=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면서 엄지를 치켜세워 인사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가자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를 우려하면서도 대규모 사상자를 내는 데 사용된 폭탄을 포함해 이스라엘에 수십억달러 상당의 무기 지원을 조용히 승인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지원엔 2000파운드(약 907㎏)급 MK84 폭탄 1800여발, 500파운드급 MK82 폭탄 500여발 등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2000파운드급 폭탄은 파괴력이 커서 미군이 인구 밀집 지역에선 사용하지 않는 무기로 통한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도심 공격에서 이 폭탄을 사용해 대규모 사상자를 낸 바 있다.



WP는 이번 무기 지원에 대해 가자지구 전쟁 수행 방식을 두고 미국과 이스라엘 간 균열이 생겼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무기 지원을 활용할 뜻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짚었다. 백악관 관계자는 "우리는 이스라엘의 방어권을 계속 지지해왔다"면서 "지원에 조건을 다는 건 우리의 정책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아이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마을을 서성이고 있다./AFPBBNews=뉴스126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한 아이가 이스라엘 공습으로 폐허가 된 마을을 서성이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은 그간 이스라엘을 전폭적으로 지원했지만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인도주의적 상황이 악화하면서 라파 지상전을 두고 이스라엘과 이견을 드러내고 있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 계획은 실수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그곳의 민간인 생명에 막대하고 끔찍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이스라엘의 안보를 약화할 것이다. 우리는 더 나은 길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미국의 만류에도 이스라엘은 라파 지상공격을 강행하겠단 입장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29일 성명을 통해 "우리는 가자지구 북쪽과 남부 칸 유니스를 정복했다"며 "다음은 라파 남부에 대한 지상 침공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국 안팎에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민주당의 크리스 밴홀런 상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가자지구에 폭탄 이전을 승인하기 전에 민간인 사상자를 최소화하고 인도적 지원을 막지 않겠다는 기본적인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면서 "우리는 우리가 말하는 것을 행동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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