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조석래', 효성 계열분리 가속화…'형제의 난'은 없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3.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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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조석래', 효성 계열분리 가속화…'형제의 난'은 없다?


효성그룹의 조석래 명예회장이 29일 별세한 가운데, 그룹의 앞날은 아들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효성그룹은 지난달 이사회를 통해 신설 지주회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조현준 회장이 이끄는 기존 지주회사인 ㈜효성은 효성티앤씨·효성중공업·효성화학·효성티엔에스 등으로 구성된다. 조 회장의 동생인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HIS)·효성토요타 등 6개사를 포함한 신설 지주를 맡기로 했다.



사실상 계열 분리 수순에 돌입했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의 ㈜효성 지분율은 각각 21.94%, 21.42%로 비슷하다. 미래에 불거질 수 있는 경영권 분쟁의 싹을 비교적 깔끔하게 정리했다는 평가다. 둘째 조현문 전 부사장의 경우 가족 내 불화를 겪은 이후 그룹 내 지분을 모두 처분하고 경영에서 손을 뗀 상황이다.

조현준 회장은 섬유·에너지·건설·석유화학 등 견고한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기존 지주회사를 이끌어 갈 것으로 보인다. 효성중공업의 건설 부문과 효성화학은 경기 사이클에 따라 그룹의 전통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꾸준히 해줄 수 있는 사업이다.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는 2010년부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룹이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수소 사업의 성공도 조 회장의 미션으로 남았다.



조현상 부회장의 신설 지주회사의 경우 사업 포트폴리오가 보다 공격적이다. 중심은 효성첨단소재다. 효성첨단소재는 '슈퍼섬유'로 각광 받고 있는 탄소섬유와 아라미드 사업에 공을 들여왔다. 특히 현재 연산 9000톤 규모인 탄소섬유 생산능력의 경우 2028년까지 2만4000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조현준 효성 회장
향후 조 회장과 조 부회장이 각각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추후 두 형제가 보유한 지분을 맞교환 방식 등으로 경영권 완전 독립에 나설 게 유력하다.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이 어떻게 처리될지 지켜볼 일이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의 지분 10.14%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주요 계열사 지분율은 효성티앤씨(9.07%), 효성화학(7.48%), 효성중공업(10.55%), 효성첨단소재(10.32%) 등이다.

시장에서는 조 명예회장의 지분 향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주사인 ㈜효성 외에도 주요 계열사 지분율이 적잖기 때문이다. 조 명예회장 지분의 경우 우선 균등배분하는 게 가장 유력하다. ㈜효성의 지분을 고려할 때 아내 송광자 여사에게 3.38%, 3형제 각자에게 2.25%씩 돌아가는 식이다.

하지만 만약 조 명예회장의 지분이 균등배분되지 않는다면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특히 형제 중 특정인이 상속에서 배제될 경우 지분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2014년 조현문 전 부사장이 조현준 회장을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한 후 경영권 분쟁 우려가 증폭됐던 역사도 있다.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조석래 효성 명예회장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분할 결정은 향후 조석래 명예회장 이후의 후계 확정 및 계열분리를 위한 과정으로 판단된다"면서도 "효성그룹의 명확한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 조현준·조현상의 ㈜효성과 ㈜효성신설지주 지분 스왑, 효성중공업과 효성화학을 모두 보유한 조현준·조현상의 지분 스왑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분할을 통해 효성첨단소재와 효성화학이 완전히 분리되면서 계열사 지원 등 시장의 재무구조와 관련한 우려는 완벽히 종식됐다"며 "향후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 간의 지분스왑 및 조석래 명예회장의 지분 처리 등 계열분리 과정에서의 구체적인 액션은 긴 시간에 걸쳐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조 명예회장은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명예장례위원장으로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장례위원장으로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나선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내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영결식은 내달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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