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의 기술과 품질"…효성의 조석래 명예회장이 남긴 말은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4.03.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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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사진제공=효성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사진제공=효성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지난 2017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7년 만이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그룹 2대 회장으로 1982년부터 2017년까지 35년간 그룹을 이끌었다. 그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 직전까지 '기술 중심주의'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며 스판덱스, 타이어코드 등 효성의 핵심 제품들을 개발해냈다. 조 명예회장의 어록을 통해 그의 확고한 경영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조 명예회장은 효성그룹 재임 당시 기술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1998년 12월 신입사원 연수 특강에서 "매사는 완벽한 기초조사와 연구 그리고 검토를 거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장래를 염두에 둔 입장에서 판단되고 경정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일단 결정된 일은 이를 완벽하게 이룰 때까지 과감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효성의 업무추진 방식이다"라고 했다.



2001년 12월 올해의 효성인상 시상식에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도록 철저하게 관리해 나가며, 연구 부문에서는 독자기술을 개발하여 경쟁력의 바탕으로 삼고, 영업 일선에서는 가장 먼저 고객에게 달려가 그들의 소리를 듣고 고객 니즈를 만족시켜갈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도전'에 대한 자신만의 정의도 밝혔다. 조 명예회장은 2000년 11월 사내행사를 통해 "도전이란 늘 하던 것을 더 잘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부수고 새롭게 만드는 것이란 자세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는데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조 명예회장은 기술 축적이 없던 상태에서 스판덱스의 독자 개발을 결정했다. 그결과 효성은 당시 미국,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만 보유하고 있던 스판덱스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스판덱스는 타이어코드와 함께 오늘날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효성그룹의 대표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여성일자리 창출과 일·가정 양성 확립도 강조했다. 조 명예회장은 2001년 신입사원 특강에서 "여성들이 결혼해서 회사를 그만두는 것은 그동안 열심히 교육받아 습득한 기술을 가지고 그냥 나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손해"라며 "우리 경제를 크게 만들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여성취업인구를 늘려서 그들이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저는 여성이 취업하기 쉽게끔 사회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7년 3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전경련 회장 취임식 모습/사진제공=효성그룹2007년 3월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전경련 회장 취임식 모습/사진제공=효성그룹
조 명예회장은 2007년부터 4년간 31·32대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을 역임하며 300만 일자리 창출에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일자리 창출, 국제교류 활성화 등에 기여했다. 그는 전경련 회장 재임 당시 "물고기가 연못에서 평화롭게 노닐고 있는데 조약돌을 던지면 사라져버린다. 돈도 같은 성격이어서 상황이 불안하면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다"며 기업의 투자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조 명예회장은 한미 FTA 필요성을 최초로 제기하며, 민간 외교부문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도 큰 공헌을 했다. 그는 2008년 FTA 민간대책위 공동위원장 조찬간담회에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인 수출의 지속적 신장과 우리 경제의 선진화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한미FTA의 조기발효를 통해 미국시장을 선점함과 동시에 경제의 개방과 제도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했다.


반기업 정서를 바꾸기 위해서는 기업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했다. 조 명예회장은 "우리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기업정서를 해소하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고 신뢰받는 기업사를 정립해야 한다"고 밝히는가 하면,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 스스로 윤리경영 및 투명경영에 적극 노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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