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주 물린 개미들 눈물…"전례없는 불황, 하반기엔 다르다"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24.03.3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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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SK아이이테크놀로지 김철중 사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개최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제5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SK아이이테크놀로지 김철중 사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서린빌딩 수펙스홀에서 개최된 ‘SK아이이테크놀로지 제5기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배터리 사업을 시작한 이래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다."(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CFO)

"피부로 많이 느끼고 있는데 유례없는 상황이 맞는 것 같다."(김철중 SKIET 사장)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이차전지 및 소재 기업들은 한 입으로 '혹한기'가 아직 지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26년까지 IPO(기업공개)를 하기 위해 갈 길이 바쁜 SK온의 경우 연간 흑자전환 시기를 내년으로 사실상 미뤘다. 이 회사는 하반기 흑자를 올려 BEP(손익분기점)를 맞추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올 상반기까지 한파 지속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이 이같이 느끼는 것은 전방 수요 악화 때문이다. 이창실 CFO는 "전기차 수요 성장세의 일시적 둔화가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금리 추세 속에서 경기둔화까지 발생하며 상대적 고가 제품인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시장 성장률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19%로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는 이런 현상을 시장 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 즉 캐즘(chasm)으로 보고 있다. 얼리어답터들이 모두 전기차를 산 다음, 본격 대중화되기 직전에 시장 확장성이 주춤한 상황이란 뜻이다. 지난해에는 리튬 등 메탈 가격까지 5분의1 수준으로 급락하며 배터리 판가까지 끌어내렸다. 비싼 가격으로 만든 제품을 싸게 팔아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며 기업들의 수익성까지 땅에 떨어졌다.



이런 추세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각 사들은 공장 가동률 조정, 원가 절감 등을 통해 '전례없는 불황'을 버텨낸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코프로의 경우 주총에서 원가가 약 30 % 가량 절감된 '클로즈드 루프 에코 시스템 버전2' 콘셉트를 강조했다. 송호준 대표는 "원가를 대폭 절감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8일 충북 오창에서 열린 에코프로 주주총회에서 발언 중인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28일 충북 오창에서 열린 에코프로 주주총회에서 발언 중인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
'상저하고' 예측하는 기업들
기업들은 올해 '상저하고' 시장 상황을 기대한다. 상반기만 버텨낼 수 있다면, 하반기에 수익성 회복이 가능할 것이란 예측이다. 우선 메탈 가격 하락 변수에서 벗어날 게 유력하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12월 1kg당 80위안 대까지 폭락했다가 지난 1월말부터 반등을 시작, 최근 100위안 대를 회복하는 데 성공했다. 값싸게 만든 배터리 및 소재를 제 값에 팔 수 있는 구도만 연출돼도 어느정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이벤트도 호재가 될 수 있다. 미 연준은 '연내 기준금리 3차례 인하' 전망을 유지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런 입장을 100% 맹신하긴 어렵지만, 적어도 하반기 중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은 충분한 상황이다. 고금리 상황이 조금이라도 완화가 된다면, 전기차 소비심리 역시 만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존재한다.


김경훈 SK온 재무담당은 "하반기 수요 성장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이유가, 첫 번째는 재고소진이 우선은 일어날 것 같고, 두 번째는 전반적인 금리인하가 일어날 것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배터리 시장 성장률은 전년 대비 낮겠지만, 하반기에는 수요 회복을 보일 것이고, 중장기적으로는 높은 성장률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의 시간' 돌아올까
SK온 헝가리 이반차 공장의 모습 /사진=최경민SK온 헝가리 이반차 공장의 모습 /사진=최경민
국내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이 그동안 단행해온 대규모 투자의 결실을 거둘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도 존재한다. 기업들은 2020년대 초부터 전기차 시장 개화에 맞춰 국내는 물론이고 미국, 유럽 등지에 수 천억원, 수 조원 씩 투자해 대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 공장들이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하는 타이밍이 곧 승부처가 될 것이란 시각이다.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올해 미국 테네시 GM과 합작 2공장, 인도네시아 현대차 합작공장을 가동한다. 내년 이후부터는 북미에서만 미시간, 애리조나, 조지아, 오하이오, 온타리오 공장 완공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SK온의 경우 글로벌 생산능력을 지난해 88GWh(기가와트시)에서, 올해 말 152GWh를 거쳐, 내년 이후 280GWh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포스코퓨처엠의 퀘벡 양극재 공장은 올해 완공 목표다. SKIET, SKC,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분리막·동박 회사들도 연내 증설 효과를 기대한다.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두고 "캐즘 현상 초기에 있지만, 최근 완공된 공장, 앞으로 준공될 공장이 많다"며 "공급망을 넓히고 강화하는 좋은 기회로, 위기의 순간에 원가도 낮추고 경쟁력을 갖추면 다시 경기가 돌아왔을 때 우리에게 리워드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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