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간판갈이 나선 제약·바이오…새 주인 맞이 쇄신 시도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4.03.3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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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주주 변경된 비엘헬스케어·레고켐바이오, 각각 '광동헬스바이오·리가켐바이오'로 변경
적잖은 비용 투입 불구 분위기 전환 효과 기대…사업 영역 확대 등 강조 위한 선택도
근본적 변화 없이는 오히려 역효과…세번째 변경 도전 헬릭스미스, 안건 부결에 실패

주총 시즌 간판갈이 나선 제약·바이오…새 주인 맞이 쇄신 시도


정기 주주총회 시즌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사명 변경 추진이 줄을 잇고 있다. 최대 주주변경 등에 따라 '새 술은 새 부대에' 격의 분위기 쇄신 차원으로 풀이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비엘헬스케어와 레고켐바이오는 최근 주주총회를 통해 각각 사명을 '광동헬스바이오'와 '리가켐바이오'로 변경하는 안을 가결했다.



두 기업의 공통점은 최근 최대주주 변경을 경험했다는 점이다. 비엘팜텍 (549원 ▼5 -0.90%) 계열사였던 비엘헬스케어는 지난해 12월 광동제약에 매각되면서 모기업 변경을 겪었다. 이에 지난 27일 주총에서 광동제약과의 통일성을 위해 광동헬스바이오로 거듭나는 안이 승인됐다. 대표 이사 역시 지난 4일 영입된 정화영 사장이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며 사명과 수장이 모두 교체됐다.

레고켐바이오 (82,600원 ▲2,500 +3.12%)는 29일 주총에서 리가켐바이오로의 사명 변경 안을 통과시켰다. 레고켐바이오 역시 지난 1월 오리온에 5500억원 규모로 경영권을 넘기며 새 시대를 맞이했다. 실제로 이날 주총에선 허인철 오리온그룹 부회장과 오너일가 3세인 담서원 상무(오리온 경영지원팀 상무) 등이 회사 이사회 입성에 성공했다.



특히 앞서 글로벌 완구기업 '레고'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패하며 사명 변경 필요성이 제기됐던 만큼, 변경을 위한 계기가 보다 명확해진 셈이다. 다만 글로벌 시장에서 사용되는 영문명 약자 'LCB'는 그대로 유지된다.

기업의 사명 변경에는 적잖은 비용과 노동력이 소모된다. 상표권 변경은 물론, 이미 출시된 제품의 라벨링 교체와 새로운 사명을 알리기 위한 노력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인지도가 높지 않은 국내 바이오벤처의 경우 추가적인 노력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명 변경 당사자 입장에선 적잖은 부담이 뒤따른다. 하지만 그만큼 회사 운영에 대한 기업의 쇄신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외국인들에겐 다소 어려울수 있는 기업명 탓에 변경하는 경우도 있다. 녹십자홀딩스 (15,950원 ▲450 +2.90%)가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는 단계에서 사명을 'GC'로 교체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사업 영역 변경도 계기가 될 수 있다. 1970년 동구약품으로 창립된 동구바이오제약 (7,140원 ▲80 +1.13%)은 피부과와 비뇨기과 합성의약품 강자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2014년 사명 변경과 함께 줄기세포를 활용한 바이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이후 2018년 상장 시점부터 매년 실적을 경신하는 등 성공적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기업에 대한 시장의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다는 점도 사명 변경의 기대 효과다. 최근 오너일가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앤컴퍼니로 회사 주인이 변경된 남양유업이 대표적이다. 오너일가의 홍씨 본관인 남양을 따 탄생한 기업명인 만큼, 거래처 갑질과 오너리스크 등 부정적 기존 이미지를 떨쳐내기 위한 사명 변경이 유력한 상태다.

바이오기업 가운데선 헬릭스미스 (3,450원 ▼5 -0.14%)가 유사한 측면에서 주목받는다. 1세대 바이오기업으로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유전자치료제 개발 성공이 기대됐지만, 2019년 유의미한 3상 결과 도출 실패를 시작으로 후속 연구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해당 과정에서 기업 가치는 급락을 거듭했고, 지난해에만 두 차례에 걸친 최대 주주 변경을 겪었다.

결국 12월 바이오솔루션에 안긴 헬릭스미스는 지난 28일 주총에서 '제노바인테라퓨틱스'로 사명 변경을 꾀했다. 바이로메디카퍼시픽으로 설립돼 1999년 바이로메드, 2019년 헬릭스미스로 간판이 바뀐 뒤 세번째 사명 변경 시도다. 하지만 주총 당일 반대표에 안건이 부결되며 사명을 유지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주주변경에 따른 경영 쇄신을 내세우긴 했지만 앞선 변경에서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부결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쇄신에 대한 청사진 역시 명확하지 않아 쇄신이라는 표면적인 이유 보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역효과가 난 것으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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