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치료법 없어" 감염자 폭발…남미에서 무섭게 번지는 이 병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2024.03.2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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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닌달 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병원에서 뎅기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힘든 표정으로 의사 진료를 받고 있다./AFPBBNews=뉴스1지닌달 5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병원에서 뎅기열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힘든 표정으로 의사 진료를 받고 있다./AFPBBNews=뉴스1


올해 미주 지역에서 뎅기열이 급속 확산하면서 감염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지구 기온이 상승하면서 질병을 옮기는 모기의 서식지가 넓어지고 독성도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산하 범미보건기구(PAHO)는 성명을 내고 올해 미주 지역에서 뎅기열 발병 건수가 350만건을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나 증가한 수치다. 뎅기열로 인한 사망자도 1000명을 넘었다.



지난해 미주 지역에선 450만명 넘는 뎅기열 환자가 발생해 역대 최고를 경신했는데, 현재 추세라면 지난해 기록을 갈아치울 게 확실해 보인다. PAHO 측은 "역대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면서 "캐나다를 제외한 모든 미주 지역에서 4가지 뎅기열 유형(혈청혈)이 모두 관찰되고 있다. 공중보건당국은 매개체 관리와 환자 식별 및 대응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뎅기열은 보통 남반구에서 늦여름에 해당하는 2~5월 사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 뎅기 바이러스를 가진 모기가 사람을 물면서 전파되는데 감염되면 발열, 두통, 구토, 피부 발진, 근육통, 관절통 등의 증상을 수반한다. 예방 백신이나 치료법이 없고 드물지만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애초에 모기가 생기거나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건 남미 최대국 브라질이다. 브라질 일부 지역에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 버금갈 정도로 병원이 환자로 가득 차고 응급실에선 먼저 치료를 받기 위해 다툼이 벌어질 정도라고 최근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파라과이에선 올해 첫 2개월 동안 뎅기열 환자가 10만명에 육박해 지난해보다 5배 넘게 늘었고, 아르헨티나에서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염병 전문가들은 남미의 뎅기열 위기는 전 세계에 보내는 경고라고 지적한다. 뎅기열 발생지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데다 독성도 증가해 환자가 전례 없는 수준으로 치소는 등 뎅기열과의 싸움이 예측할 수 없는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는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뎅기열 발병 사례는 2022년까지 8배나 증가했다.

미국에서도 지난 수년 동안 플로리다, 애리조나,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꾸준히 보고됐으며, 지난해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남부 등 유럽에서도 뎅기열의 지역 감염 사례가 100건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후 변화가 진행되면서 뎅기열이 미국과 유럽 남부 대부분 지역에 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본다.


예일대학의 앨버트 고 전염병 전문가는 "미국에선 아직 광범위한 전파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브라질 등 남미의 대유행기에 미국으로도 전염병이 확산하고 번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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