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 /사진=KIA 타이거즈
2023시즌 종료 시점에서 최형우는 KIA와 두 번째 계약이 끝나고 FA 자격 재취득까진 1년이 남은 애매한 상황에 놓였다. 이때 KIA는 최형우와 다년계약을 두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기량 자체는 의심하지 않았다. 지난해 최형우는 121경기 타율 0.302(431타수 130안타) 17홈런 81타점 64득점, 출루율 0.400 장타율 0.487 OPS 0.887. 불혹의 나이에도 홈런 부문 리그 12위, 순장타율 7위(0.186)로 건재함을 알렸던 최형우와 동행할 이유는 충분했다.
5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심 단장은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최)형우가 솔직히 적은 나이는 아니다. 쇄골 부상도 남은 야구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야 한다"고 솔직한 심정을 내보였다. 그러면서도 "아직 신체 능력이 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또 리더 역할을 하면서 팀워크 예식 측면에서도 굉장히 잘해줬기 때문에 냉정히 판단하면서도 대우는 분명히 해주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난 현시점에서 보면 잠깐의 망설임도 우스워지는 활약을 최형우가 보여주고 있다.
최형우. /사진=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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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KIA에는 최형우가 있었다. 시범경기 동안 6번 타자로 잠시 물러났던 최형우는 정규시즌 시작과 동시에 4번으로 복귀해 흔들림 없이 맹타를 휘둘렀다. 4번 타자에 대한 부담감은커녕 오히려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두 번의 홈런으로 게임 체인저 역할을 톡톡히 했다. KIA의 2015년 이후 3283일 만의 개막 3연승은 최형우가 없었다면 힘들었다.
현재까지 성적은 3경기 타율 0.400(10타수 4안타) 2홈런 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738. 특히 통산 375호로 이대호(42·은퇴)를 넘어 KBO리그 통산 홈런 단독 4위에 오른 27일 광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밀어치는 홈런으로 좌중을 놀라게 했다.
27일 경기 후 최형우는 "초반에 잘했던 기억은 거의 없는데 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출발인 것 같다. (밀어 친 홈런에 대해) 아직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진 않는다"며 "타순에 대한 생각도 별로 없다. 솔직히 6번 타순이 1회에 타석에 들어서지 못할 때가 많아 내겐 더 이상하다. 4번 타자를 워낙 오래 해서 은퇴하는 날까지도 어색할 건 없는 것 같다"고 웃어넘겼다.
일주일 전부터는 외야 훈련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했다. 체력과 수비를 이유로 그동안은 주로 지명타자로 나섰으나, 나성범과 1루수 황대인의 잇따른 부상 공백에 어느 정도 수비도 불가피해졌다. 나성범과 황대인 두 사람이 당한 햄스트링 부상은 재발 우려가 높기 때문에 복귀해서도 움직임에 최대한 신중을 기해야 한다. 나성범은 일주일 뒤 재검진, 27일 경기서 이탈한 황대인은 부상 부위의 많은 출혈로 인해 재검진에만 최소 2주에서 최대 4주를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형우.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가 대타로 나가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두 사람이 어떻게 공존할지 나성범이 돌아올 때까지 확인하려 한다. 많이는 아니겠지만, 최형우가 일주일에 한두 경기 정도 수비에 나가준다면 나성범이 두세 번 나가지 않아도 된다. 그렇게 되면 시너지 효과도 나고 팀으로선 제일 좋은 방향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최형우에 대한 깊은 신뢰가 없다면 시도해보기 어려운 상상이다. 이범호 감독은 "최형우가 (수비에도 기꺼이 나가겠다는) 그런 마음을 가져준다는 것 자체가 우리 팀 선수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치진 입장에서도 심적으로 편한 게 있다"고 고마워했다. 이어 "나도 30대 후반까지 야구를 해봤지만, 최형우 같은 케이스는 정말 드물다. 본인이 관리를 잘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그 나이 되도록 잘할 수 있는 건 그야말로 최형우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 같다"고 경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