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HSBC 홍콩법인 트레이더 '불법 공매도' 혐의 첫 기소

머니투데이 정세진 기자 2024.03.2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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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억원 상당 주식 32만주 무차입 상태로 주문…감시 피하려고 서버 주기적 삭제

홍콩 금융가,홍콩상하이은행(HSBC) /사진=머니투데이DB홍콩 금융가,홍콩상하이은행(HSBC) /사진=머니투데이DB


검찰이 1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를 벌인 혐의로 홍콩 HSBC 법인과 트레이더들을 재판에 넘겼다. 불법 공매도 관련 형사처벌 규정이 만들어진 후 첫번째 기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권찬혁)는 무차입 공매도 혐의를 받는 HSBC홍콩법인과 트레이더 3명을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8월부터 같은해 12월까지 주식을 차입하지 않고 11회에 걸쳐 9개 상장사 주식 31만8781주, 합계 157억8468만원 상당을 공매도 주문한 혐의를 받는다. HSBC홍콩법인은 국내지점 증권부에 차입을 완료한 것처럼 거짓통보해 거래를 성사시켰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판 후 주가가 떨어지면 해당 주식을 싸게 사서 갚는 투자 전략이다. 국내에선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매도 시점에 빌린 주식이 없는 무차입 상태였다가 나중에 빌리는 '사후 차입'을 금지하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무차입 공매도를 시행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검찰은 HSBC법인과 트레이더들이 불법 공매도 처벌 규정 신설 후 공매도 주문을 위해선 주식 차입을 미리 확정해야 함을 알면서도 경제적 이익을 노리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본다.

HSBC 법인은 △ 무차입 공매도를 실행한 국내 지점의 서버 보관 자료를 주기적으로 삭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용하고 △ 주요 자료 전부를 해외 서버에 보관하면서 금융당국의 접근을 원천 차단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한국 당국의 규제나 관리·감독을 악의적·계획적으로 회피했다고 판단했다.


검찰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무차입 공매도를 남발할 경우 국내 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공정성이 크게 훼손된다"며 "그 피해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주식 차입 완료 여부에 대한 증권사의 부실한 확인 방식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감시 공백,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악의적 관리·감독 회피행위 등 제도적 문제점이 발견됐기에 금융위원회 등 주무 부처에 신속히 통보할 예정"이라고 했다.

검찰은 BNP파리바 홍콩법인 등에 대해서도 무차입 공매도 관련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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